잃어버린 한 끼

때려~

by 밥티스트

딸기가 지천인 요즘 예전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던 일들 시절도 없이 먹을 수 있는

채소며 과일들이 계절의 시간을 어기며

새로이 탄생하고 이것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가 생각해본다


12월 끝인가 싶지만 시작을 준비하는 계절

시절 인연

인연이 되려면 언제 어느 때에 만나고 헤어져도

인연인 사람은 반드시 이어진다고 한다

12월 내게 스쳐간 시절 인연들을 생각해 보는 계절이다

올해는 그 어느 때의 해보다 세월의 바람은 나를 무섭게

때리고 지나갔다

아프고 아팠다 어느 해도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올해는 유독 정신 못 차리게 때리고 자빠트리고 누르고

목을 졸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만들었다

견디고 일어나는 나를 다시 자빠트리고 승리의 포효를

하는 듯했다

10대에는 소나무처럼 살았다 푸르지만 기품 있게

20대 에는 대나무 죽순처럼 우후죽순 그 자체였다

30대에는 버드나무처럼 이리저리 신나게 흔들리면서

살았다

40대에는 두릅나무처럼 싹이 나오자마자 다 내어주듯 살았다

50대에는 자작나무처럼 살고 있다 희멀건 마른 피부와 쭉 뻗은 앙상한 몸통으로 약한 듯 보여 그저 바람을 이겨내며

휘어지거나 흔들리지 않으며 주어진 남은 시간들은 바들바들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 갈대처럼 살아가야 하는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 쓰러져도 결코 부러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어나기도 하는 잔잔한 생명력으로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이고 지친 나를 다독이면 나를 지켜낸다

내가 살아낸 오십여 년의 시간 속에 어느 시절의 나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기에 나 스스로 나를 사랑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외롭도록 만들었다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나는 숨어들었다

그 사랑의 온도가 뜨거워질수록 나는 더 깊이 내 몸을

숨겼던 거 같았다

난 추어탕을 못 먹는다

언젠가 추어탕집에 갔는데 함께 간 일행이 추어 숙두부 란 음식을 시켰는데 그 음식의 잔혹함 이란 산 낙지에 버금가더

이다

커다란 육수 냄비 한가운데 두부가 한모 들어가 있고

냄비 안에는 미꾸라지들이 잠시 후에 펼쳐질 최후를

짐작도 못한 체 바글대며 서로 비좁은 자리 차지하기에

바빠 보였다

잠시 후 불이 켜지고 냄비에 육수가 끓어오르자 부드러운

두부 속으로 미꾸라지들이 앞다투어 들어가고 미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미꾸라지들은 그대로 초장이 발라진 채 사람들의 입으로 어찌어찌 피난처란 생각으로 들어간 두부 속에 미꾸라지들도 열탕을 이기지 못한 채 익어

두부 속에 박힌 채 숭덩숭덩 썰려 숙회가 되었다

먹지도 못하는 나는 원치 않게 그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관망자가 되어 그들의 마지막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들어주는 이가 되어 버렸다

내 인생이 그렇다 숨어도 소용없고 도망쳐도 소용없었다

어른들이 팔자 도망은 못 간다고 하시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났다

항상 롤러코스터 같은 스펙터클 함에 오줌을 지릴 듯하고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평온함과 고용함을 주는데

그 평온과 고요한 내내 다음이 두려워 온전히 살을 즐길 수

없었다

내 일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이를 가 진일인데

그 아이들로 나의 힘든 삶에 위로와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그 아이들도 내년 한 해를 끝으로 모두 성인이 되어

내 품을 떠난다

삶 이 끝도 없이 때려도 나는 일어선다

흰 수건을 던지고 드러눕는 순간 나는 없어지기에

무릎을 꿇고 다리를 곧추세워 또 일어선다

12월의 시작에 삶은 이변 없이 마지막이면 좋을듯한

소식으로 나를 때려눕혔다

내 사랑하는 딸아이가 함께 맞았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딸아이가 처음으로 큰 병이 생겨 입원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긴 고통의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엔 바로 일어나지 않고 잠시만 넘어져 있다가 다시 일어날 생각이다

그래야 함께 이겨낼 수 있다

여태 그렇게 맞았으니 나에게도 이젠 맷집이라는 게 생겼나 보다 이젠 곧 받아칠 준비도 되어있다

올 한 해의 시작에서 끝자락까지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지만 이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내가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시절 인연 돌고 돌아 나의 인연이 되어준 이들과

소박한 나의 노후를 즐겨 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참으로 평범하기 어렵다 내인생

병원에서 시작하는 나의 12월 1일 을 기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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