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
누군가 손을 낚아채는 것을 느끼기도 전에
무대 밑 복잡한 공간으로 제니와 시아는 끌려들어 갔다
너무 가파른 숨소리 가 어둡고 음습한 그 공간을
메워 가고 있을 무렵 ᆢ
어두운 공간이 눈에 들어오면서 인형처럼 예쁜
남자아이도 함께라는 것에 흠칫 놀랐다
제니는 서로 아는 눈치였다
그 혼혈 남자아이는 왜 여기 왔냐고
숨죽인 목소리로 제니를 다그치고 턱짓으로
시아를 가리키면 얘는 또 뭐냐 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잠시
밖이 몹시 소란스러워지면서 쌍스러운 욕지거리와
함께 제니와 시아를 찾는 눈치였다
남자아이가 손가락을 펴 입술에 같다 대고
눈을 깜빡였다
시아는 어둠 속에서 그 와중에도 그 찰나의 순간이 꽤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 짧은 만남이 그들에게 가져다줄 엄청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는 도화선이 될 줄은 몰랐었던 거 같다
잠시 소란이 멈추자 그 아이는 제니와 시아를 데리고
어떤 사무실로 들어갔더니
사무실 안에는 빈 양주병이 잔뜩 쌓여 있고 시크릿라는
작은 양주병에서 옮겨 담는 건지 그런 작업을 하는
공간인 듯 보였다
남자아이는 능숙하게 양주 박스를 밀어냈다
뒤에는 문이 하나 있고 이내 문을 여니 계단이 나왔다
순간 밖이 다시 소란스러워졌고 남자아이는 계단으로
우리를 밀어내듯 던지고 문을 막아섰다
제니와 시아는 멈칫 멈칫하고 있다 두려움에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ᆢ
때려 ~~ 라는 외침과 함께 남자아이가 매를 맞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제니는 눈을 꾹 감고 시아의 손을 잡아끌고 뛰었다
기타는 이미 어제 놓쳤는지도 모른 채 ᆢ
제니와 시아는 영문도 모른 채 불난 집 마루 밑 쥐새끼들
처럼 정신없이 뛰다가 나온 것이다
남자아이가 무사한지 생각이 들 때쯤 왜 우리는
오디션을 보려다가 남자아이가 이끄는 대로 숨어 있다
도망치듯 나온 것에 의문이 들었다
#고요가 주는 두려움
새벽 사방은 조용하고 어두움 사이로 오월임에도 스산한 바람이 으슬하다
차도 끊기고 가방도 두고와 돈도 없었던 둘은
공원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아 서로를 의지하며
웅크리고 앉아 잠을 청했다
그녀들에게 그 밤의 고요함은 고요함이 주는 두려움은 또 다른 두려움이 있다는 걸 느끼게 했던 밤이었다
그도 잠시 뭔가 이상한 냄새가 잠을 깨웠다
그녀들은 흠칫하며 빠르게 입을 막았다
하마터면 고함을 칠뻔했다
제니와 시아의 앞에 피 묻은 걸레 쪼가리를 펼쳐놓은
것 같은 고깃덩어리 같은 물체가 놓여 있었다
허연 배에 피떡칠을 하고 누워있는 사람은
바로 아까 그 예뻤던 혼혈 남자아이였다
죽은 건가 싶어 눈을 질끈 감고 숨을 몰아쉰 다음
형체를 알 수 없이 다 뭉개진 얼굴 가까이 귀를
대봤다
"안 죽었다 "
흐흐흐 ᆢ
짧게 웃기도 했다
시아는 입고 있던 얇은 잠바를 벗어 얼굴을 좀 닦아주고
피나는 곳을 감싸줘 보았다
병신 같은 년 ᆢ
갑자가 제니를 향해 욕을 하니까
미친놈 하고 제니도 받아쳤다
시아는 영문도 모른 체 그냥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보도 듣지도 못한 광경에 눈물과 콧물이 쏟아졌다
아까는 놀래서 울지도 못하고 숨죽이다
이제야 터진 눈물은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았다
잠시의 적막이 흐르고 그적 막을 깨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형 "
여기여기 소리 낮춰 누군가를 불렀다
이야 ~ 안 죽었네
하고는 와서 발로 툭툭 걷어차고는 자기들
끼리 쿡쿡 거리며 낄낄 거리더니 ᆢ
그제서 야 ᆢ 뭐여 이쁘긴 허네 ᆢ
이야 ᆢ 니들 오늘 양키 덕에 인생 건지겨
느물거리는 충청도 사투리가 별로인 그 사내는
빨리 토끼는게 좋을 거야 아주 그냥 보스 눈 디비 져
니 찾아내라고 우덜한테 난리치고 갔어ᆢ
형이 아는 가게 가서 우선 숨어 있으면
이따 정리하고 갈 거야 ᆢ
제니와 시아는 그 남자아이를 부축하고
그 사내를 따라갔다
#아방궁
불빛 현란한 이름 모를 가게로 들어간 일행은
눈이 돌아갈 지경의 현란한 불빛 복도를 지나
커다란 지하 주차장안에 있는 밀실로 들어갔다
피 묻은 채 들어간 우리를 본 여자들은 ᆢ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담배를 꼬나 문채로
팔짱을 끼고 흩어 보기도 했다
곧이어
향수 냄새로 내가 왔다 ~ 를 알리는 것 같은
화려한 차림의 여자가 엄청 친숙함을 들이대며
시아를 껴안으며 놀랬지 아가 ~~ 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피 묻은 옷이나 갈아입자며 ᆢ
다른 방으로 제니와 시아를 데려갔다
제니는 핑크 빛 롱 드레스를 나는 어깨가 훤히 드러나
민망하기 짝이 없는 짧은 원피스가 입혀졌다
#지하 대기실
다시 지하 주차장에 있는 대기실로 갔다
아까보다 더 많은 여자들로 붐볐다
백여 명은 족히 되어 아수라장 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무언가 함께 지키고 있는
것 같은 질서가 있어 보였다
화투를 치고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담배를 피우고
그 와중에 밥을 먹기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상하리 만치 불평이 없었다
아름답게 화장하고 예쁜 옷으로 치장했지만
웃음기 없는 얼굴로 시아와 제니를 훑어볼 뿐이었다
잠시 후
아까 그 남자아이가 어디선가 씻고 옷을 갈아입고 왔다
시아는 젖은 긴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웃어 보이는
그 아이가 왠지 싫지 않았다
제니가 물었다
도대체 왜 우리를 데리고 튄 거냐
남자아이가 답했다
야 ᆢ이 미친년아 지난번에 네가 나보고 놀러 온 날
너한테 가수 시켜준다고 오라 했던 매니저 새끼가
뭐하는 놈인 줄 알아?
그렇게 미끼 쳐놓고 여자애들 꾀다가 인신매매로
팔아넘기는 새끼라고 ᆢ
오디션 보고 합격했다고 하고 숙소 가자고 봉고차
타면 끝나는 거라고 ᆢ
나 오늘 쉬는 날인데 아까 그 장 괴이 형이 네 친구
양키년 오디션 보러 왔다고 해서 ᆢ
미친 듯이 달려왔던 거라고 ᆢ
훗날 시아는 이사 내를 갈아 마셔도 시원찮은 놈이라고
이를 갈았었다
아까 그 충청도 사투리 쓰는 사내는 화교인데 명동에서
태어나서 바로 화교거리에 바구니에 담겨 버려졌는
그 바구니에 장 괴이라고 쓰여있어서 이름이 그냥 장 괴이가
되었다고 함께 스탠드 빠에서 웨이터를 하고 있는데
서로 혼혈이라고 그래도 아까 도피시켜준 모양이다
아이 씨 ᆢ 근데 내년 하나도 델고 튀기 벅찬데 혹 도하나 있어 죽도록 처맞았다
순간 시아는 혹 취급받은 기분이 언짢아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지만 ᆢ
살짝 눈을 째려보는 시늉을 했다
그런 시아를 보고 그 아이는 ᆢ
아 ᆢ 아 ᆢ 미안 그래도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잖아 난 생명의 은인이다 이제
나는 철수 야 ~너는?
시아는 쿡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노란 보석 같은 눈을 가진 철수라니 ~
웃지 마라 ㅎㅎ
내가 왜 철수냐면 동사무소에서 챨스라고 이름을
적어야 하는데 할머니가 글을 잘 몰라서 철수라고
적은 거래 ~
철수는 미군부대가 철수하면서 같이 살던 미군이
철수를 임신한 엄마를 버리고 가버리는 바람에
외할머니랑 엄마만 남았는데 그 미군을 너무 사랑한
엄마는 버림받았다고 생각 한순간 머리가 돌아서
미군 철수 미군 철수를 계속 외쳤대 ~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그 엄마를 미군 철수라고 부르곤 했대
그래서 아이를 낳고 정신병원에 보내지고 ᆢ
동네 사람들이 할머니한테 미국 애니까 찰스라고 이름 지어주라고 했는데 할머니가 철수라고 적어 내는 바람에
철수가 되었다고 ᆢ
철수와 제니는 혼혈인 모임에서 만나 친구로 지내게 되었다고 ᆢ
여하튼 시아와 제니는 그 정신없던 고단한 하루를 그 백여 명이 뒹구는 공간에서 보내게 되었다
하루가 끝나기는 하는 걸까
둘이는 한쪽 구석에서 드레스 쪼가리를 건친채
시아는 짧은 치마가 거슬렸지만 그래도 부끄러움이
졸음을 이기진 못했다
가출 첫날치고 파란만장했지만 둘이 함께라는 것에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우리 어떤 일이 있어도 손 놓지 말자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