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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풀어보는 편견 이야기

바바야가 할머니

by 엄마가 된 선생님

편견이라는 말은 참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나와 먼 이야기 같고 나와 먼 이야기였으면 하는 말 중에 하나다. 어제 다문화 연수를 듣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는 편견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가? 나는 편견 없이 모든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이 생각이 든 건 다문화 연수에서 본 짧은 영상 때문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본 적이 있을 것 같은 이 영상에서는 백인 남성과 동남아 남성이 나온다. 두 남성이 똑같이 유창한 영어로 길을 물어본다. 백인 남성이 물어볼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몸으로까지 표현하며 길을 친절히 알려주지만 후자에게는 시큰둥한 반응뿐이다.


나는 이 영상을 볼 때마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저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한 교수의 말이 일침을 가한다. "모두 자신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정말 그런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정확한 말은 생각나지 않으나 이런 의미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나도 다시 한번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정말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고 있나? 한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 배경, 외모 등으로 먼저 판단하고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 번도 그런 적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편견에 대한 그림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바바야가 할머니-페트리샤 폴라코' 그림책이 떠오른다. 바바야가는 숲 속의 마녀이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바바야가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온다.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 오지만 바바야가는 아이를 한 번 안아보고 사랑해주고 싶은 우리의 할머니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바바야가는 분장을 하고 마을로 가 돌봐줄 사람 없는 아이를 돌봐주고 마음껏 사랑해주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겁에 질려 우는 아이를 보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아이가 알고 상처 받을까 봐 결국 숲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바야가는 이 편견을 깰 기회가 생긴다. 위험한 상황에서 아이를 구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이런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편견 없이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 것 같다.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아이들은 바바야가 할머니를 잘 모르면서 험담을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혹시 나도 그런 적은 없는지 생각해보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기를 당부하지만, 그렇게 당부하는 내가 먼저 편견 없이 누군가를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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