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모자란 사진들

by 서담

블로그를 시작하고 두 번째, 세 번째 여행을 다녀왔다.

여전히 사진이 부족했다.

풍경도 찍고, 율이도 찍고, 나름 열심히 셔터를 눌렀는데 집에 와서 보면 뭔가 빈 느낌이었다.


율이 뒷모습만 열 장, 비슷한 구도의 풍경 사진 다섯 장.

그리고 정작 "여기 이런 곳이에요"라고 보여줄 만한 사진은 없었다.

문제는 명확했다. 율이를 쫓아다니느라 사진을 놓치는 거였다.


율이가 뛰어가면 따라가고, 율이가 뭔가를 보면 같이 보고, 율이가 넘어질까 봐 쫓아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출구였다.

'아, 입구 사진 못 찍었네.' '저기 예쁜 곳이었는데.' 하고 돌아봐도 이미 늦었다.


블로그에 여행을 소개하려면 풍경이 꼭 필요했다.

율이 사진도 필요하지만 여기가 어디인지도 중요했고, 사람들에게 정보를 줄 사진도 필요했다.

하지만 늘 놀 때 아이만 보는 나는 카메라를 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왜 놓칠까?'

답은 간단했다. 계획이 없어서였다.


그냥 도착해서 율이 따라다니며 보이는 대로 찍으니까, 놓치는 게 당연했다.

그럼 반대로 하면 되는 거였다. 가기 전에 미리 생각해두는 거.


다음 여행지를 정하고 나서, 출발 전날 밤에 간단하게 메모했다.

'입구 사진' '율이 서 있는 곳' '예쁜 포토존'

이 별거 아닌 메모가, 꽤 사진을 다양하게 찍을 수 있는 키워드였다.


동선을 짜니,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입구가 보이고, 입구에 들어가는 영상을 찍을 만한 순간이 보이고, 들어가서 볼 만한 공간이 보이고,

그 공간에 찍힐 율이의 모습이 보였다.


율이를 쫓아다니는 건 여전했다.

하지만 이젠 '아, 여기서 한 장' 하는 순간이 미리 머릿속에 있었다.

율이가 뛰어가도, 일단 입구 사진은 찍었고, 주요 공간 사진도 찍었고, 율이 사진도 찍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니, 꽤 그럴듯하게 글을 쓸 만한 사진이 나왔다.

완벽하지도 않고, 못 찍은 것도 많지만 적어도 못 쓸 정도는 아니라는 게 꽤 기뻤다.

그냥 미리 생각한다는 것. 그게 내가 달라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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