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문제였어

나는 그냥 좋아했을 뿐인데

by 모나

어릴 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다. 좋아했기 때문에 하루 종일 그리니 잘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그때부터 미술을 잘해야 했다. 그걸로 대학을 가야 하고, 먹고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당연하게 장래희망에 미술가나 디자이너를 적곤 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좋아하니까 잘하게 된 건데, 잘하게 되니까 더 잘해야 했다.

그저 좋아했을 뿐인데,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도 채찍질하며 자랐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자랐다.

잘하는 것이 있으면 그게 당연하듯 장래희망이 되어야 된다고 그렇게 알았다.


그러다 점점 큰 사회에 나오면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사람들의 실망 섞인 시선에 움츠러들었다. 남들과 경쟁해야 했고, 순위에 집착해야 했기에 시기와 질투가 생길 수밖에. 네가 못해서 그런 거야.라는 시선에 결국 하나둘씩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부터 좋아했던 것은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됐다.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그건 트라우마처럼 남아, 그들을 실패한 사람처럼 느끼게 했으니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좌절감에 장래희망을 지우고 다시 바꿔 적었다.


즐겁게 계속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미술가나 디자이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무궁무진한 미래를, 꿈을 짓밟은 건 '잘해야 해.' 그 말이 문제였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