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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Nov 11. 2023

행복이라는 미완의 문장에 작은 점 하나를 새기는 소설

<오로라 이엘로>, 내 방 책상 앞에서 우연히 만난

<오로라 이엘로>, 혜빈 지음, 내 방 책상 앞에서 우연히 만난


“피페, 세 잎 클로버와 네 잎 클로버의 차이가 뭔지 알아요?”
피페는 잠시 고민하다 최대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답을 건넸다.

“이파리의 개수가 다르죠.”
“틀렸어요.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고, 세 잎 클로버는 그렇지 않아요.”
“네 잎 클로버가 세 잎 클로버보다 더 특별하다는 말인가요?
 “맞아요. 하지만 피페, 네 잎 클로버의 특별함이 언제부터 시작되는 줄 아세요?”
 
소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우리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예요.”     

- 혜빈, <오로라 이엘로> 중 발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참 진부하고 흔한 주제지만,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일기 속에서, 덧없는 상념 속에서, 실없는 푸념 속에서 매일같이 맴돌며 우리를 괴롭히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질문을 다룬 소설과 영화, 드라마 등이 해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는 걸 보면, 모르긴 몰라도 행복은 인류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영원한 풀지 못할 골칫거리가 될 듯합니다.     


<오로라 이엘로>는 행복이라는 미완의 문장에 작은 점 하나를 그리는 소설입니다. 행복이라는 지루한 단어에 ‘특별함’이라는 조미료가 한 스푼 더해진 이야기지요. 책의 주인공 ‘피페’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장, ‘오로라 제작소’에서 오래도록 근무한 제작자입니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모두 앗아간 근미래의 사회에서 인간의 힘만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닌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권력이 되죠. 하지만 피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특별한 사람’이란 수식어는 피페를 어릴 때부터 따라다녔고, 앞으로도 계속될 당연한 미래였으니까요.      


그녀는 삶에 넘치도록 만족했기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의 삶을 끝까지 지켜낼 거라 다짐합니다. 그리고 실천에 옮기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오로라 제작소에 의해 하나둘씩 처참하게 무너지고,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보장받지 못해도, 그녀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녀를 보호하고 지켜 주었던 유일한 인물이 오로라 제작소에 의해 망가진 채 버려져도, 그녀는 ‘그를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었다’라며 돌아서죠. 피페에게는 피페가 먼저였으니까요.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일, ‘특별함’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으니까요.     


하지만 화창한 앞날만을 바라보며 나아가던 중, 그녀의 꿈에 한 질문이 찾아옵니다. 한 남자의 질문, 그는 그녀에게 묻죠. ‘피페, 당신은 고작 그것뿐인가요?’ 그 짧은 문장은 피페를 세로로 베어 버립니다. 피페는 질문에 좀처럼 답하지 못하죠. ‘고작’이라는 낱말이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것 같아서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질문은 그보다 훨씬 더 무겁게 그녀를 짓누릅니다. 정신을 잃을 만큼 고통스럽게요.     


특별함, 그건 피페의 행복을 정의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다른 우월함, 독보적인 반짝임. 그녀가 평생을 좇아 달려 온, 하나뿐인 가치였죠. 하지만 이제 피페는 묻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존재해야만 완성되는 행복이, 정말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을까요?

특별함은 정말 행복의 다른 말이 될 수 있는 걸까요?     


특별함과 행복. 두 단어는 매우 다른 듯 비슷합니다. 최근 들어서 특별함은 행복의 다른 명제로 통하고 있는 듯하죠. 요새는 모두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났으니까요. ‘관종’이 긍정의 키워드로 변신한 모양새만 봐도 그렇고, SNS를 비롯해 어딜 가나 남들과 다르게 눈에 띄고, 뛰어나고,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별한 이들에게는 반드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유명세란 현대 사회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권력이니까요.     


그래서 많이들 그렇게 애를 씁니다. 조금이라도 세상의 눈에 들고 싶어서, 무엇이든 다르고 특색있게 보이려 하죠. 남들에게서 받는 평가와 집단에서의 위치로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면서요. 특별하다고 매일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특별해진다면 적어도 소정의 행복은 반드시 보장될 거라 굳게 믿으면서요.     


하지만 특별한 행복을 탐하는 많은 이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보다 ‘잘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은 결국 내가 아닌 누군가를 발밑에 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월해진다는 게 꼭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후에야 이뤄낼 수 있는 업적은 아니지만, 남들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집착은 작든, 크든 희생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다른 이들을 밑에 둔 채 오르는 삶은, 정말 행복할까요? 다른 모든 걸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오로라 이엘로>는 그런 질문을 다룹니다. 모두가 일지만, 대부분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 질문. 한 번쯤 나누어야 하지만, 차마 완성하지 못한 답에 대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특별함으로 빚어진 행복, 그 이기적인 계급 사회에 한 번이라도 환멸을 느껴 보았다면, 한 번쯤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당신의 말 못했던 고민에, 소설은 분명 깊이 공감해 줄 테니까요.     



이 책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던 이유


내 방, 책상 앞에서 탄생한 소설




< 우연히 만난 책들 >


책방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책방을 방문할 때마다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을 한 권씩 구매합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책들을 그냥 묵혀 두기 아까워 책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 우연히 만난 책들 >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글 모음집입니다.

글에서는 책방에서 책을 고른 이유와 책에 대한 소소한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달 모나 Monah the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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