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강의실을 떠나기 시작했다.
소년도 가방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서혜선의 말로 가득했다.
"시간은 원형이다."
그녀는 마치 이미 그 원 안에서 살아본 사람처럼 말했던 것이다.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져가는 걸 느끼며, 소년은 무심코 그녀를 따라 걸었다.
서혜선은 강의실을 떠나 조용히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서혜선,"
그녀가 뒤를 돌아보고, 초록빛이 감도는 머리카락과 씽긋 웃는 표정으로 소년을 응시했다.
"철학 수업에서 네가 한 말, 정말 인상 깊었어," 소년은 말을 이어갔다. “시간이 원형이라는 생각,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내 생각일 뿐이야.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야.”
서혜선은 짧게 그렇게 대답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다 다시 말했다.
"그나저나, 하나 물어봐도 되니?"
"뭐든지"
"요즘 가장 유행하는 음식이 뭐야?"
"아마 포케일걸, 먹으러 갈래?"
그들은 복도를 빠져나와 학교 근처 포케집으로 갔다.
"이야, 이걸 이렇게 쌓아서 주는구나."
그녀는 포케를 보고 신기해했다.
"사진에서만 봤어."
소년은 그녀가 포케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