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당수 04화

4. 용궁

by 미히

심청은 마지막으로 폭풍우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센 비와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때렸지만, 그녀는 눈을 꼭 감고 빌었다. 간절한 목소리가 비명처럼 폭풍 속으로 사라졌다.

“부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차가운 물이 그녀의 몸을 덮었고, 그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심청은 눈을 떴다. 낯선 곳이었다. 천장에는 반짝이는 조개껍질들이 마치 별처럼 박혀 있었고, 주위에는 알 수 없는 생물들이 부드럽게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방 안에는 아름답게 장식된 가구들과 부드러운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꿈인가 싶어 눈을 비볐다.

그때, 옆에 큰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너머로는 물결치는 바다 속이 펼쳐져 있었다. 신기하게도 창밖의 물이 그녀에게는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바다 속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 물고기들이 천천히 헤엄쳐 다니고, 산호초가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창 바로 앞으로 배가 가라앉았다. 심청은 눈을 크게 뜨고 숨을 삼켰다.

“깨어나셨군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심청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 옷을 입은 시녀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녀는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심청은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여기는 용궁입니다,” 시녀가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고요했다. “당신은 바다사자의 눈에 띄어 이곳으로 오게 되셨습니다.”

심청은 말을 잇지 못하고 창문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바다 속, 그 깊은 곳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았다. 시녀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여기는 바다의 생물들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입니다. 용왕께서 다스리시는 이곳에서, 당신은 이제 안전합니다.”

하지만 시녀의 시선은 심청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시녀는 마치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심청은 그 시선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창밖에는 그저 조용한 바다와 몇 마리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심청은 다시 시녀를 보았다. 그러나 시녀는 여전히 창문 너머만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고요했지만, 그 시선이 의미하는 바는 알 수 없었다. 심청은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안정을 취하세요,” 시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몸 상태가 회복되면, 용왕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시녀는 이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데 그 순간, 심청은 시녀의 걸음걸이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시녀는 상체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오직 하체만으로 발을 성큼성큼 내딛고 있었다. 마치 사람의 걸음걸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생명체처럼 기괴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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