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조용한 순간에, 가장 큰 파문은 시작된다.”
햇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였다.
짧은 풀밭이 강가까지 이어졌고, 드론 한 대가 잔잔한 궤도로 머리 위를 날았다.
사람들은 그늘막 아래에서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은 맨발로 뛰놀았다.
누군가는 캠핑의자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셨고,
누군가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잤다.
습지 너머에선 철새 한 마리가 날아오르며 날카로운 울음을 냈다.
공원은 평화로웠다.
그 평화의 중심에는 무감각한 익숙함이 있었다.
그 순간—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멀었다.
사이렌이었다.
웅—
웅웅—
도시형 저주파 사이렌, 그 특유의 진동이 공기 속을 흔들었다.
돗자리 위의 사람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이거… 민방위 사이렌 아니에요?”
공원 전체가 순간 얼어붙었다.
몇 초 뒤, 인공지능 안내방송이 공원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안내드립니다.
현재 울린 경보음은 기기 오작동입니다.
시민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현재 김포 지역에는 이상 징후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적이 지나간 뒤,
사람들 사이에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아 뭐야, 진짜 놀랐잖아.”
“기계 고장이라는데 뭐.”
돗자리에 다시 몸을 누이는 사람들.
태블릿으로 애니메이션을 재생하는 아이.
음악을 켜고 간식을 꺼내는 청년들.
그 중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사이렌도 못 믿겠다.”
그 말은 금세 바람에 날아갔다.
멀리,
강가의 갈대가 바람결에 살짝 움직였다.
물가에서,
아주 작고 규칙적이지 않은—
첨벙, 첨벙,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