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뭍으로 올라왔다.
첨벙, 첨벙.
이상한 소리가 물가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고요했던 풀숲이 멈췄고,
산책로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강변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아이가 말했다.
“물고기떼인가요?”
강 표면에는 파문이 있었다.
그 파문은 조금씩, 그러나 확연히 강의 북쪽 끝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처음엔 강 위에 던져진 쓰레기처럼 보였다—검은 비닐봉지 같은 것들.
그 다음엔—
수영을 하다 떠밀려오는 사람들 같았다.
사람들이 하나둘 담장 가까이 다가섰다.
강은 넓었고, 흐름은 느렸다.
그러나 그 무언가는—
의외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누군가가 숨을 들이켰다.
“저거… 사람 아니에요?”
어느새 그 형체들은 강 중간까지 도달해 있었다.
둥둥 떠밀려오는 것들이
팔을 휘젓고,
몸을 뒤틀며,
무언가에 이끌리듯 같은 방향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아이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이 떨어졌다.
엄마가 아이를 끌어안았다.
물가로 다가선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보다 먼저,
침묵이 흘렀다.
그것들은 사람이 맞았다.
그러나 살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눈은 흐려 있었고,
입은 벌어진 채 헐떡이고 있었으며,
그들의 몸은
뭔가에 사로잡힌 듯, 같은 방향으로
절대 흩어지지 않은 채
강을 건넜고,
가장 앞에 있던 존재 하나가
강의 가장자리 갈대를 잡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척추가 휘어져 있었고,
팔은 축 늘어진 채 땅을 짚고 있었다.
그리고
강가 콘크리트 턱을 딛고,
처음으로
‘그것’이 뭍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