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녹턴 2번
청년은 잔디밭에 누워 있었다. 하얀 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인 팔 위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양쪽 귀에 에어팟 맥스를 쓰고 있었다.
멀리서 비명이 들려왔다. 누군가는 달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피를 토하고 있었다. 몇 마리의 형체들이 청년의 바로 곁을 스쳐 지나갔다.
청년의 귀에는 쇼팽의 녹턴 2번이 흐르고 있었다. 작고 낮은 피아노 음들이 세상의 불협화음을 조용히 밀어내고 있었다.
그는 햇살 아래 누워 있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평일 오전의 온도. 습지에서 불어오는 느린 바람. 그 모든 것을 귀찮게 만들지 않기 위해 알림도 대부분 꺼두곤 했다.
그 때 진동이 청년의 손목을 두드렸다. 스마트워치에서는 알림이 떴다.
“오전 11시 30분입니다. 출근 준비할 시간입니다.”
헤드폰에서는 음성 안내가 조용히 속삭였다.
청년은 몸을 기지개펴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나 돌아온 시야에는 평일 오전의 공원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누군가는 피를 흘리며 기어갔고, 누군가는 움켜잡힌 채 비명을 질렀다.
돗자리는 찢겨 있었고, 강가엔 피 섞인 물자국이 번져 있었다.
청년은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켰다. 심장이 갑작스레 요동쳤고, 숨소리가 입을 뚫고 새어 나왔다.
그 순간. 조금 전 그를 지나쳤던 형체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달려들었다.
이빨이 먼저 닿았다.
그리곤 청년의 몸이 풀숲 바닥에 닿았다.
짧은 비명.
거친 몸부림.
피.
잠시 후—
청년의 몸이 작게 꿈틀거렸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은 흐릿했고, 귀에 쓴 에어팟 맥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잔디밭 곳곳에 멈춰 서 있던 형체들은
한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도, 소리도 멈춘 듯했다.
그러다—
각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형체들 속에서—
청년도 그들 사이를 가르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귀에는
여전히 에어팟 맥스가 씌워져 있었고,
쇼팽의 녹턴 2번은 긴급안내방송에 가려졌다.
“좀비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각 가정 내에서 침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