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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청문회

공포를 느끼는 로봇, 두려움을 느끼는 로봇

by 미히

국회 본관 대청은 평소보다 두 배는 조용했다.


의장석 위 천천히 회전하는 에어컨 팬 소리가 마이크에 잡혀, 마치 누군가 숨죽여 흐느끼는 것처럼 번졌다.


그날의 회의는 ‘서울북서 감염사건 검토 청문회’였다.


의장석 중앙엔 수석 위원이 앉아 있었고, 양 옆으로 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조용히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회의실 정면— 청색 천막으로 덮인 검은 패널 위에, 세 대의 로봇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한 대는 무릎이 부서진 듯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몸체 전체에 이끼와 진흙이 묻어 있었다.


원래는 김포 생태공원의 잔디 구역을 담당하던,


『금성 J형 잔디관리로봇 (모델명: 금잔디)』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 했다.


그 옆엔 작은 키의 조류관찰 로봇이 서 있었다.


길쭉한 목과 쌍안렌즈 같은 눈.


조심스럽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리고 잔디관리로봇 옆,


그의 진술을 보조하기 위해 출석한,


법률 대응 전용 변호인 로봇이 있었다.


법무부 소속 『금성 H-류』 시리즈였다.


의장이 마이크를 눌렀다.


“2027년 7월 1일. 오전 10시 02분.


제1차 국가비상 대응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클릭, 클릭.


기록 서기관들이 자동 타자패드를 조용히 두드렸다.


“이번 회의는 김포 생태공원에서 발생한 미확인 군중 습격 사태에 대해,


현장에 있던 인공지능 구조체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감염 양상의 기초적 형태를 분석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수석 위원은 잔디 깎는 로봇 쪽을 바라보았다.


“금잔디씨는 현재 음성 모듈이 작동 불능이라고 하셨죠.”


변호인 로봇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 아래 커넥터를 펼쳤다.


그 아래에서 얇은 금속선이 뻗어 나와,


금잔디의 남아 있는 오른손 손가락 마디에 ‘직접 연결’되었다.


“신체 연계 번역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이 로봇의 진술은 저를 통해 중계됩니다.”


수석 위원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본격적인 질의는—


조류관찰 로봇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조류관찰 로봇이 렌즈를 살짝 깜빡였다.


그 순간,


세종 국회는 정적 속에 들어섰다.


질문은,


아주 간단한 것부터였다.


“그날. 6월 30일. 오전 11시 11분.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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