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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씨의 요가 여행

- 내 몸으로 떠난 여행

by 니나

드디어, ‘물구나무서기’를 해냈을 때 내 마음은 기쁨으로 두근거렸다. 몸의 작은 흔들림 속에서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뒤로 쿵 넘어지지만 말자!’ 지난번에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꼬리뼈에 파스를 붙이고 하루를 누워있었기 때문에 조금 긴장됐다. 몸의 긴장과 떨림 속에서 일 분을 버텨내고 아기 자세로 쉴 때 큰 성취감이 몰려왔다. 2년 만이었다.


내 자리는 문 쪽 제일 앞이었다.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이 제일 시원한 곳. 오랫동안 함께 수련한 분들도 저마다 좋아하는 자리가 있다. 매일 아침 9시 반, 수련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는 좋아하는 자리에 매트를 편다. 고관절을 풀고 목과 어깨도 움직여본다. ‘다운독자세’로 호흡을 하며 굳어있던 다리와 척추도 길게 늘인다. 그런 다음 편하게 앉아 호흡을 하며 수련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내 매트는 자주색이다. 사용 후 깨끗이 닦는다고 해도 손과 얼굴이 닿는 부분은 색이 더 짙다. “등 근육이 멋있어요. 요가 얼마나 하셨어요?” “감사해요. 4년 했어요” 마침내 4년 정도 되었을 때는 반할만한 등 근육도 생겼나 보다. 누가 말해줘서야 알게 된 등 근육의 존재가 새삼스러웠다.




요가를 처음 시작한 것은 7년 전 겨울이다. 감기 기운에 재채기가 나왔다. 갑자기 움직일 수가 없었다. 구급차에 실려 가서 병원에 입원하여 3일을 꼬박 누워있었다.


“디스크나 특별한 건 없고 무리를 많이 했네요. 그런데 요추가 하나 더 있네요. 태어날 때 꼬리뼈가 다섯 개였다가 성장하면서 하나로 붙는데 하나가 덜 붙어서 요추화 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허리 통증에 더 취약합니다. 통증이 멎으면 운동하세요”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한 달 후 통증이 진정된 듯하여 27개월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서 5분 거리의 요가원에 등록했다. 요가를 등록하면서 할 수 있을지 망설여졌다. 허리 통증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이런, 나는 하마 같잖아’ 생각이 들었다. 짧은 다리 네 개, 뚱뚱한 몸. 요가를 가장 못 할 것 같은 동물, 하마. 나는 요추가 다른 사람보다 한 개 더 많은 여섯 개다. 허리 통증을 달고 사는 요가를 가장 못 할 것 같은, 나는 하마 씨다.




그렇게 생존을 위한 요가를 시작했다. 앉아서 다리를 앞으로 쭉 펴고 상체를 다리와 가깝게 붙이는 ‘반전굴자세’를 할 때였다. 뭔지 모를 경쟁심에 ‘내가 제일 잘할 거야!’ 욕심내며 몸을 굽혔다. 선생님이 다가와 말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80퍼센트만 해볼까요?”

다리를 사선 앞으로 길게 뻗어 엉덩이로 중심을 잡는 ‘보트자세’를 할 때는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써서인지 몸이 발발 떨렸다. 선생님이 모두에게 말했다. “몸의 떨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이렇게 일 년 또 일 년 수련을 반복할수록 동작들이 다르게 느껴졌다. 같은 동작이라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달랐고, 몸의 미세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거울로 자세를 확인했던 내가 감각들로 움직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 작은 매트 위에서 나에게만 집중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열기와 집중력을 느끼면서. 내가 그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아마도 그 시간만큼은 내가 오로지 나였기 때문이리라. 누구를 위한 존재가 아닌 나 자신. 나는 몰입하는 이 시간이 있었기에 내가 사라질 것 같은 육아의 시간을 이겨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련하는 모든 시간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그 요가원은 요일별로 정해진 동작으로 수련을 한다. 수련이 가장 힘들었던 목요일은 집을 나서기가 힘들다. ‘독수리자세’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균형잡는자세’는 비틀거리다 그만 중심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일부러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핑계로 가지 않았던 날도 있고, 오늘은 한 타임 뒤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일부러 시계를 보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수련을 빠진 다음 날이면 수련을 하러 일어서기 더 힘들어졌다. 다행히 한 번의 결석이 끝없는 결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어쩌면 나는 하마처럼 묵직하게 해 나가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요가를 하고 필라테스를 하는 동안 호흡은 더 깊어졌고, 복근이 생겼고, ‘네발기기자세’에도 손목이 아프지 않고, 척추는 더 유연해졌다. 통증 없는 허리는 기본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의 일들 속에서 내가 시간을 들인 만큼 들리는 몸의 소리에 얼마나 위안을 느끼는지. 나에게 작은 매트 위의 시간은 빼놓을 수 없는 충전의 시간이 되었다.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개인 매트를 펼친다. 척추를 바로 세워 앉고, 깊은 호흡을 한다. 발목을 풀고, 고관절을 이완시키고, 목과 척추를 움직인다. 내 몸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가장 요가를 못 할 것 같은 하마 씨인 내가 오늘도 요가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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