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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pr 26. 2023

요가, 필라테스. 둘 중에 뭐가 나아요?

필라델피아에서 운동하기

"요가가 나을까요, 필라테스가 나을까요?"

지인들이 가끔 묻곤 한다.

나에게 이 질문은 "짜장이 나을까요, 짬뽕이 나을까요?"

아니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이 들린다.

나는 요가와 필라테스 모두를 깊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다니던 요가원은 빈야사 요가를 수련하는 곳이었다.

다른 요가는 해본 적이 없지만 빈야사 요가는 다운독 자세를 기본으로 변형되는 움직임이 많았고,

태양경배자세, 그러니까 수리야나마스까라 A와 B를 매 요일 번갈아가며 수련했다.

먼저 몸을 풀고 수리야나마스까라를 세 번 빠른 속도로 반복해 몸을 데운 다음 비틀기 등 자세로 넘어갔다.

요가 일 년 차 일 때는 반복되는 움직임이 지겨웠지만 이년 삼 년 수련이 길어질수록 지겨움이 없어졌다.

호흡에 따라 동작을 하는 한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기라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 한 시간이 귀했다.

나는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육아'라는 끝도 보이지 않는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요가 3년 차 즈음 큰 길가에 필라테스 센터가 우후죽순 생겼다.

'필라테스는 들어갈 때는 웃으며 들어갔다가 기어서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도 심심찮게 들었다.

필라테스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때는 요가가 더 멋있는 운동이라 생각했다.

요가원에서 매일 얼굴을 보던 사람들 중에도 필라테스로 이탈하는 사람이 없었다.

요가원 9시 반은 '비베카니' 선생님 시간이었고, 우리는 '비베카니' 선생님과 3년이 넘도록

거의 매일 아침 한 시간을 수련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몇 년 후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떠났고, 우리는 몇 달 안에 뿔뿔이 흩어졌다.

오랜 시간 함께 수련했던 요가원 동지들은 수련 시간 전후로 간단히 인사 정도만 나누는 분위기였다.

원래 친구여서 함께 등록했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적으로 만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는 요가원의 그런 부분도 좋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왜 떠났는지, 그리고 다른 분들은 그만두고 어디서 수련하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길에서 함께 수련하던 분을 마주쳤다.

"요즘 어디서 수련하세요?" 거의 동시에 물었다.

"요가원 9시 반에는 참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었죠." 함께 수련하던 분이 말했다.

"그랬나요?"

"그렇게 열정적인 사람들이 없었어요. 저는 원래 다른 요가원에 다니다가 왔는데 그 요가원 9시 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열정이 너무 좋았거든요."

우리는 수영, 헬스, 다른 요가원, 필라테스 이런저런 곳을 전전하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근황을 나누고 헤어졌다.


요가원 선생님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나는 '수련생으로만 남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마침 집 근처 필라테스센터에 강사반 과정이 열린다는 광고를 봤다.

내가 하고 싶었던 요가원의 요가 강사 과정을 들으려면 반년이 넘게 기다려야 했다.

내가 필라테스를 선택했던 이유는 그게 전부다.

뭐라도 빨리 하고 싶어서.


필라테스 강사반은 생각보다 비쌌다

당시 800만 원 정도를 들여야 했는데, 예상보다 두 배정도 비쌌던 비용 때문에 잠시 망설여졌다.

'800을 들였으면 뽕을 뽑자.' 생각했다.

내가 다니던 필라테스 강사반은 이론 수업을 먼저 진행한 다음 동작 수업이 있었다.

이론 수업에는 뼈와 근육이름, 근육의 움직임과 가동범위. 이런 것을 배우고 암기해야 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외웠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들이었다. 뼈와 근육이름은 라틴어로 되어 있단다. 그러니 낯설 수밖에.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한 시간 반동안 외우고 근육의 움직임 동영상을 봤다.

마흔 아줌마의 기억력이란. 매일 읽고 외워야 겨우 입에 붙을까 말까였다.

동작 수업을 하고 나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오전마다 센터에 가서 세네 시간씩 운동하는 시간도 추가로 가졌다.  


필라테스 강사 과정을 들으면서 요가원에 다닐 때 요가 강사반 수업을 들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역시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고 봐야 했다.

요가를 오래 했지만 강사 수업을 들으며 요가를 했다면 더 깊이 수련할 수 있었을 텐데.  


필라테스는 죠셉 필라테스가 창시자다.

필라테스는 요가와 체조, 복싱 등 한마디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것 같다.

세계 1차 대전이 시작되자 영국에 살던 죠셉 필라테스는 영국의 한 섬에 억류됐다.

필라테스는 독일인이었고 영국과 독일은 서로 대치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감자들에게 자신의 운동법을 전파했다고 한다.

필라테스 강사반을 들을 때 필라테스가 수감되어 있던 곳에는 당시 유행하던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이 없었다고 배웠는데, 나는 사실 그곳이 외부와 출입이 단절된 곳이어서 전염병에서 자유롭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만.

어쨌든 그의 운동법은 그의 이름을 따서 '필라테스'라고 불린다.

 

필라테스를 하다 보면 요가와 비슷한 동작들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데 뭔가 다르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수련이라고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필라테스는 큰 근육만 쓰던 나의 버릇을 고쳐줬다.

아마도 내가 강사과정으로 바로 시작해서 알아차리기 쉬웠을 수도 있지만.


앞 허벅지 큰 근육만 쓰고 허벅지 안쪽의 작은 근육들은 쓰지 않았는데

운동을 거듭할수록 앞 허벅지 볼록한 근육들이 정리됐다.


지금은 필라델피아.

집에 매트하나 달랑 있다.

"너 무슨 운동해?"

사람들이 물으면 "요가랑 필라테스."라고 대답한다.

필라테스는 강사로 시작했고, 파트타임으로 일해본 적 있어서 오래 했던 요가보다 혼자 운동하기 더 편하다.

내 느낌에는 필라테스는 근육을 좀 더 타깃 해서 운동할 수 있는 것 같다.

복부나 옆구리, 안쪽 허벅지 등 오늘은 좀 더 긴장을 주고 싶을 때 필라테스를 선택한다.

요가는 나에게 수련이다. 언제 해도 좋은 것.

한 호흡 한 동작 들숨 날숨을 반복하며 요가를 하다 보면 몸속의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혼자 하면 대충 하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서리요가를 틀어두고 하곤 한다.


어쨌든, 다 좋아요!

처음 지겨운 시간만 조금 극복한다면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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