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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네버다이, 네버 고독사

by 윤늘

추희원, 김정훈, 정수연, 이수호를 제외한 백조빌라의 다른 주민들이 선셋 카페를 떠나고, 선셋 카페 출입문에 ‘영업종료’ 안내판을 다는 수호.

저녁 9시.

평소라면 10시까지 운영하는 선셋카페이지만 오늘은 백조빌라의 주민회의 때문에 문을 일찍 닫았다.


자신이 왜 이런 회의를 주관하게 되었는지는 수호도 의문이었지만, 주인아저씨가 전화해서 수호에게 부탁했다. 주민들을 모아서 진정시키면 관리비를 깎아주겠다고 말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국가가 지원해 주는 빌라라 하지만 민간빌라였고, 관리비는 주인의 권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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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가 3명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앉으며 가볍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 102호 정 수연님, 202호 김정훈 님, 302호 추 희원님. 그리고 저 301호 이 수호. 4명이 백조빌라 커뮤니티를 운영하면 되겠네요.”

“커뮤니티라 하면… 정확히 뭘 하는 거죠?”


수연이 물었다.


“그건 지금부터 저희가 나눌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뭐부터 해야 할까… 요?”


정훈이 용기 내서 말했다. 정훈은 3일 만에 집밖으로 나왔다. 아마, 101호 남자가 죽지 않았다면 3일이 넘어도 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희원은 눈치를 살폈다. 수연과 수호, 정훈 나머지 세 명이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해야 했다.


“그러면 자기소개부터 하죠. 이름밖에 모르니까요. 커뮤니티라 하면 일단 서로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


"좋습니다. 그럼 1층부터 돌아가면서 소개할까요? "


1층이라는 말에 모두가 101호를 떠올렸지만 흠칫하고 놀라는 것은 수연뿐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30살 정 수연이라고 합니다. 회사는 서초에 있는 작은 여행사에 일하고요. 102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반갑습니다.”


짝짝- 어색하게 박수를 치는 셋. 수호는 다음 차례인 202호 정훈을 바라본다.

정훈은 의자를 뒤로 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인사를 한다.


“… 저는. 202호 김 정훈입니다. 나이는 26입니다. 현재 공무원 준비 중인 고시생이고요.

군대 다녀왔습니다."

“어리시네. "

“어리네.”


희원과 수호는 동시에 말했다. 정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안녕하세요. 저도 30이고요. 추 희원입니다. 회사는 강남에 있고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백조빌라에 오게 된 건 전세사기 때문입니다. 전재산을 잃고, 빚이 왕창 생겼거든요.”

“아…”

“괜찮습니다. 지금은 받아들이고 돈을 갚는 중이니까요.”

“유감입니다.”

“다들 이곳에 있는 사연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서울에서 월세 30인 여기를 들어오는 게 쉽지 않잖아요?”


희원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상황을 돌아봤고, 표정들이 어두워졌다.


“아, 그럼 제 소개할게요! 저는 이 카페에 사장이자 31살 이수호라고 합니다. 작년 10월에 첫 오픈을 했고, 3개월 정도 됐습니다. 장사는 썩 잘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운영 중에 있습니다. “

“카페 예뻐요. "

“감사합니다. "


“카페를 할 정도면 금 수저 아닌가요.. "


눈치 없는 정훈의 말에 모두가 당황했고, 첫 만남에 이 무례한 친구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순간 고민에 빠진 수호.


“큼, 여기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는 뭐예요? 아까 살짝 보니까 선셋 케이크? 너무 예쁘던데.”

“그게 제 주력 상품이에요!”


당황한 수호를 대신해 대화를 돌린 것은 수연이었다. 희원도 수연의 순발력에 속으로 안도했다.

눈치 없는 어린 정훈도 선셋 케이크가 어떻게 생긴 건지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그러면, 저희 커뮤니티이름은.. "

“백조빌라니까 백조커뮤니티?”

“아, 그건 좀 너무 백수 같아서 싫어요.”


그들은 잠시 침묵했다. 각자 골똘히 어떤 이름을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저희가 왜 뭉쳤는지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어.. 고독사로 인해 뭉친 거니까.. 고독사 클럽?"

"에이, 그럼 마치 자살 클럽 같지 않아요?"


그럼! 네버 다이, 네버 고독사 어때요?

수호가 말했다. 그리고 셋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웃기네요."

"네버 다이, 네버 고독사. 되게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임 같고 좋네요."

"그렇게 별로예요?"

"아뇨!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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