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얼마나 필요할까?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요즘 뉴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면 이륙 전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승객들이 비상 상황에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 구명조끼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산소 호흡기는 어떻게 착용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할 확률은 0.00001%로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확률이 낮다는 이유로 항공사가 비상사태에 대비한 준비를 전혀 해놓고 있지 않다면 과연 승객들이 안심하고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에는 법적으로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자동차에 설치되어 있는 에어백 같이 말입니다.
물건에는 법적으로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인생이 던져주는 예상치 못한 재정적인 상황을 대비하게 만드는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요구되지 않아도, 우리가 스스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비상금입니다.
비상금은 지출 충격 (spending shocks)과 수입 충격 (income shocks)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입니다.
지출 충격은 응급의료상황이나 고장 난 자동차 수리비용 같은 계획되지 않은 원치 않는 큰 지출을 말합니다. 이런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살다 보면 내가 아플 수도 있고, 내 가족이 아플 수도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더 그렇습니다. 갑작스럽게 집수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수입 충격은 일자리를 잃는 것과 같은 예기치 않은 소득의 손실을 말합니다. 수입 충격은 일반적으로 지출 충격보다 더 비용이 많이 들고 지속 시간도 더 깁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확실하게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지 않는 비상금은 과연 얼마가 필요할까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달라지겠지만, 재정전문가들이 하는 말과 저의 경험으로는 다음과 같은 목표 금액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잠재적인 지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2,000달러 (한화 200만 원) 또는 생활비의 반 달치 중 더 큰 금액을 저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시길 바랍니다. 5% 이상의 이자를 내야 하는 빚이 있더라도 이 금액을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재정적인 응급상황에서 비상금이 없다면 또다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의료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USA Today에 따르면 미국 개인파산의 66.5%가 의료파산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아무리 보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의료비용을 대비할 수 있는 비상금은 필수입니다.
미국 보험 약관을 보면 maximum-out-of-pocket limit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해당 연도에 가입자가 의료비로 부담하는 최대 액수인데, 이 이상의 금액을 넘어가면 보험사가 부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maximum-out-of-pocket limit이 $5,000이고 의료비가 $20,000가 나왔다면 환자는 $5,000까지 부담하고 나머지는 $15,000는 보험사가 부담합니다. 예시로 든 $5,000는 낮은 maximum-out-of-pocket limit입니다. 보험에 따라서 $10,000 근처까지 갈 수 있습니다. 요즘 환율로 약 1,400만 원입니다.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내가 구입했을 당시 집 가격의 2%를 수리비용예산으로 책정합니다. 요즘 미국 집수리 비용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예전에는 집값의 1%를 전문가들이 수리비용예산으로 권했으나, 현재 미국의 상황으로는 2%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집 구매가격이 $500,000이었다면 이 가격의 2%인 $10,000를 여유자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의료 보험비와 집수리비용의 금액을 비교해서 더 큰 금액을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으세요.
예상치 못한 실직으로 인한 수입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은 비상금에 생활비 3개월에서 6개월치를 충당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보유할 것을 권장합니다. 저는 6개월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수입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생활비 6개월에서 12개월치를 충당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보유할 것을 권장합니다. 저는 12개월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있다면 수입 충격과 지출 충격이 동시에 올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어린아이들은 응급실에 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경우 높은 의료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생활비 24개월에서 36개월치를 충당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보유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 시기 또한 예상치 못한 의료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에 명시한 지출 충격과 수입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비상금을 사용하세요. 그 외에는 가능하면 비상금을 사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시도 때도 없이 에어백이 터지는 자동차는 자동차가 불량이거나 차주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투자는 위험합니다. 비상금까지 털어서 투자를 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여유와 인내심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입니다. 여유 없는 투자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비상금은 투자의 바다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재정 구명조끼입니다. 투자를 위한 목돈을 모으기 전에, 나를 지켜주는 돈을 먼저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