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고 출판이라도 하게 되면
책을 쓰고 출판이라도 하게 되면 여기저기서 대단하다는 말 한마디씩은 한다. 물론 그런 소리 듣고 싶어서 출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반응이다. 시기와 질투도 당연히 있지만 대부분 존경스럽다는 의미로 대단하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자신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분야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책을 쓰면서 좌충우돌 겪었던 일들은 이루 말로 다하지 못한다. 경험치가 전혀 없었던 시절 한 번도 배우거나 조언조차 받지 않고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점차 자신에 대해 깨닫는 것들이 많아진다. 숨겨져 있던 자신도 모르는 성향도 발견하게 되고 사용하는 언어의 습관도 글을 쓰면서 알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책을 쓰면서 점차 성숙해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 어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어른에게는 어른의 용어가 필요하다.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른의 자격도 박탈당할 수 있다. 심지어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이라는 말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쓰면서 어른으로 다시 성장한다는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젊은 나이라고 해도 책을 쓴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르다. 성공을 해서 그 경험을 책으로 쓰든 책을 써서 성공을 하든, 아니면 성공을 못했더라도 책을 쓴 경험이 있으면 그 사람은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세계는 폐쇄된 곳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다. 자신의 사고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살아 움직이고 계속 성장해 나간다. 책은 읽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그 효용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살펴보거나 책으로 소개한 내용을 읽어보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니 난감하다. 그래도 책을 쓰고 싶은 열정만 있다면 그런 어려움과 두려움을 이겨내기에 충분하다. 많은 작가들이 초보 작가에게 글에 대한 열정부터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우선이다.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 하고 시간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리고 시작하면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책 쓰기를 기획하고 1년, 2년이 지나가면 그건 이미 실행 가능성 제로인 시도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버리는 시간이 없다.
책을 쓰는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리’라고 할 수 있다. 책은 그런 정리가 끝나면 완성된다. 그 출발점은 첫 번째로 생각의 정리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뜬구름처럼 생기긴 했지만 이미 머릿속에 있다. 뜬구름 같은 그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결정하는 문제는 그다음 해결할 문제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방향이 보이고 점점 윤곽이 뚜렷해진다. 그 윤곽을 바로 주제로 정하면 된다. 주제가 정해지면 책을 쓰는 의도를 분명히 정한다. 일반적인 에세이나 여행서 같은 책이 아니라면 자기 계발서가 대부분이다. 철학, 인문, 기술서와 같은 전문분야가 아니라면 자기 계발서로 범위가 좁혀진다. 그래서 책을 내려는 의도가 필요하다. 읽는 사람이 누군지 그것을 읽고 어떤 도움이 될지 명확하게 정의를 내려야 한다.
두 번째는 목차를 정리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주제가 정해지면 머릿속의 내용을 펼치기 위해 순서를 정하고 이야기를 배열해야 한다. 구슬을 보배로 만들기 위한 정리 과정이다. 실제로 책을 쓰기 위해 목차를 구성하는 작업을 해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린다. 원고를 다 쓴 다음 목차를 재구성하는 재주꾼들도 있지만 그건 책을 처음 써보는 사람에게는 혼란만 가중할 뿐이고 그리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생각을 정리할 때의 과정을 역으로 다시 생각하면서 뿌리에서부터 줄기를 끄집어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지만 뿌리가 명확해진 후에는 다시 줄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역수행 해야 한다. 그것이 목차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주제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큰 부류로 나누면 부나 혹은 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각 부나 장에서 절로 이어지는 연결선을 구축한다. 그다음 각각의 절에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면 된다. 필요하다면 절에서 다시 여러 개의 소제목을 통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목차에 대해 정해진 틀은 없다. 저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목차를 구성하되 목차만으로도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어렵다면 쓰고자 하는 책과 유사한 분야의 책을 찾아 목차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내고자 하는 책과 유사한 책은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책에서 힌트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는 다 쓴 원고를 정리한다. 이것은 원고를 고쳐 쓰는 과정이다. 초고를 완성하고 나면 많이 지친다. 하지만 지금부터 본 게임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잡아야 한다. 글은 쓰면 쓸수록 고치면 고칠수록 더 좋은 글이 나온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다시 읽으면 새로운 의미가 보이고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 심지어 한동안 원고를 쳐다보지도 않다가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다시 보고 고치는 방법을 쓰는 작가도 있다. 처음 쓸 때의 느낌이 그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던가 아니면 지극히 주관적인 경우에 쓴 글이 분명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몇 번의 수정을 통해 원고를 끝내면 정리가 완성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글 쓰는 일이 노동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실제 글을 쓰게 되면 에너지가 급격히 소모된다. 그 에너지는 단 두 곳, 머리와 손에서 소비된다. 그래서 글 쓰는 근력이 필요하다. 같은 시간, 같은 노동력을 투입하더라도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미리 근력을 쌓는 일이다. 계속 반복해서 습관처럼 글을 쓰면 글 쓰는 근력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마무리한 책이라면 그 노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수준이 이미 한 단계 올라섰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고 자신이 느끼는 성취감 또한 상상을 뛰어넘는다. 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거나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로 이름을 날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해도 평생 ‘작가님’이라는 듣기 좋은 꼬리표도 가질 수 있다. 책 쓰기는 그런 마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