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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22. 2023

명리학이 나아갈 길

박청화 선생님 2

(제이선생님) 신살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신살은 논리 체게가 없는 무용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확증 편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근 정확성과 논리성이 있음에 주목하면서 편견을 깨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신살을 명리의 또다른 날카로운 도구로 소개해 보고 싶은데, 신살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우리가 명(命)을 관찰할 때, 연월일시에 있는 여덟 글자의 조합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굉장히 많을 수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사람의 몸을 진단할 때 진단할 때 정밀하게 진단하기 위해서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초음파도 해보고, MRI도 합니다. 사주 역시 그 해석의 기준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엑스레이를 잘 보는 사람은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엑스레이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엑스레이 상으로 잘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을 MRI라든지 다른 도구로 얼마든지 읽어낼 수 있습니다. 


고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격국용신설, 오행의 왕쇠론 이런 걸 가지고 나누는 분류법이 맞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행의 강약이나 육신조합, 격 이외에 수많은 종류의 신살도 사람에 관한 정보를 읽는 중요한 시각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 공부할 때 우리 세대도 신살에 대해서 회의론적인 분들의 글을 많이 봤기 때문에 굳이 배울 필요 없는 건가 이러면서 좋아했지요. 그런데 사람들의 운명적인 개성을 파악하다 보니 신살 중에 버릴 것도 많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신살의 중요성을 눈치채고 그런 것들에 관한 정리를 열심히 하다보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살을 모르면 사람의 다양한 개성과 기질을  전체적으로 온전하게 정리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제이선생님) 저는 이제 선생님의 이 말씀이 이렇게 받아들여지거든요.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도 신살은 공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신살이 비난받는 이유가 뭘까? 그 부분에 대하여 고민을 해 봤습니다. 생각을 해봤는데 이 단어가 가지는 함축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너는 역마살이니까, 이래', '너는 공망이니까, 이래.' 이렇게 알고 있어요. 신살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살에도 어떤 논리체계가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당연합니다. 신살이 성립되는 논리체계가 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그러니까 이것이 학문적 분위기 하고도 맞물립니다. 중국 송대 이전의 해석 방식이 대체로 별자리를 바탕으로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 어떤 인자를 대응하는 식의 대응식 해석입니다. 별자리 시스템은 대응식 해석입니다. 송대 이후의 학문적 분위기는 이학화(理學化)입니다. 사전적으로 보면 자연철학이라고 보통 번역을 합니다. 결국 관계성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학풍이 생겨 났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떤 글자가 다른 글자를 보면 어떤 현상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관계를 해석하는 방식이 등장합니다. 학문적으로 훨씬 더 세련되어 보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대응식 해석은 상대적으로 중요도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무언가를 측정할 때, 큰 자는 맞고 눈금이 많은 자는 틀렸냐면 그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줄자는 틀리고, 쇠자는 맞는가. 그게 아니라는 거예요. 줄자도 맞고 쇠자도 맞습니다. 큰 스케일의 큰 자로서만 무언가를 재단하는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행의 왕쇠론 중심, 육친의 강약 중심, 또 격에 필요한 여러 가지 희신, 기신, 구신, 한신과 같은 관계론적인 해석이 거의 청대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신살이 가진 좋은 해석 기준들이 서서히 사장화되어 버린 것입니다. 사장화된 된 것들을 다시 현대에서 살펴보니,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을 하는 작업이 없었을 뿐이지 그게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는 거죠. 우리 학문이 사실 뒷골목부터 출발한 역학이기는 한데, 그 뒷골목에서 무수한 케이스를 상담하면서 설명할 논리가 신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이선생님) 그런데 예를 들어, '망신살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라는 말을 보면 망신살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에너지의 관계성이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그 지점을 받아들이며, 이게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래서 좀 번잡스럽고 복잡하더라도 현대에 그대로 유의미하게 적용되는 신살 정도는 여러분들이 파악을 하셔서 공부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주방기구에 도마, 칼, 주걱 세 가지만 있어도 다 됩니다. 그럼 우리가 쥐포 자를 때 가위를 쓰면 편한데 칼을 쓰면 힘이 듭니다. 좀 더 정교하고 그 사람의 상황에 필요한 것을 우리가 어드바이스 하려고 하면, 이런 신살에 대해서 또 중요한 것들은 놓치지 말아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이선생님) 명리학이 가진 사회적 비전이 궁금합니다. 긴긴 겨울을 견뎌온 학문인 것 같습니다. 씨앗이 잘 보듬어지고 다듬어져서 발아를 앞둔 것 같아 보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학문과 술수, 강단과 강호 그 접점에 항상 계셨습니다. 늘 강의하시고, 늘 상담하셨지요. 그 접점에서 아주 오랜 세월 명리의 역사와 함께하신 선생님의 말씀을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학문적 목적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주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요. 이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진리 체계에 대한 이해겠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예측에 관련된 것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미래 환경을 예측한다는 것은 우리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겨울에 씨를 뿌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논과 밭이 비어 있어도 왜 우리는 씨 뿌리지 않을까요. 겨울에 씨를 뿌리면 얼어 죽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기다리면 봄이 온다는 걸 알고 있지요.

 

미래 환경을 예측한다는 것은 개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국가, 사회 전체의 앞날과도 직결됩니다. 여러 사람의 삶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미래 환경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소위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거죠. 그런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도 예측을 잘 해내는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측을 위한 어떤 수단이 이미 수많은 학술 체계를 통해서 정리되어 있는 것이지요.      


(제이선생님) 네네.

     

(박청화 선생님) 명리공부와 같은 학술 체계를 토대로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사회의 여러 가지 조건을 믹스해서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명리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행해야 되고 또 궁극적으로 제시해야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이 이 학문을 하는 목적 속에 포함되어 있는 거죠. 


앞 날을 모르면 큰일 납니다. 시원치 않은 사람이 여러 사람을 이끌어 가다 보면 전체적으로 미래에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따라서 앞날을 제시해야 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학문을 통해서 매래 환경을 알 수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학문이 중요한 제일 큰 이유이지요.
 

(제이선생님) 네, 알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조용헌 선생님의 책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 분 책에 이제 동양오술을 이야기하시면서 한의학은 완전 양지로 드러났고, 풍수지리는 최창조 교수님 이후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명리학은 아직까지 음지에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명리학이 점점 양지로 올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공헌이 너무나 컸던 것 같는 생각이 듭니다. 또 80년대인가 하이텔 역학동호회 활동도 중요하게 보아집니다. 


(박청화 선생님) 하이텔 역학 동호회 활동 같은 것들이 사람들을 학문적 광장으로 끌어내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이 학문은  신비주의 요소로서 접근하고 또 해석하는 학문이 아니에요. 지극히 자연과학이거든요. 자연의 원리를 규명하고 원리를 활용해서 인간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 건데 이것을 신비주의에 자꾸 묶어두려는 것은 심리적 이중 잣대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상담을 하러 가면 신중한 것이고, 남이 보러 가면 의지력이 약한 것이라는 식이지요. 고대인들이 망원경이 없었고, 현대와 같은 천문 지식 체계가 없었기에 놓친 부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육안으로 보았던 별들의 위치 변화와 계절 변화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생존과 직결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는 계절을 예측하지 못하면 농사를 망쳐버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학문 체계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떤 요소였지요. 현대 천문학에 거의 가까운 학문 체계를 옛 사람들이 다 정립해 놓은 것입니다. 제발 명리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바랍니다. 이걸 신비주의적으로 '와 신기하다',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신기할 게 하나도 없어요. 이런 것이 서로 인과성을 가지고 상호작용을 일으켰구나를 생각해야 합니다. 봄이 와서 꽃이 폈구나와 같은 인과성은 신비주의가 아니지요. 물론 문학적 요소가 해석에 가미될 수는 있겠지만, 이 학문 자체는 철저히 과학적인 토대를 기준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의할 때, 적어도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물리, 생물학, 지구과학 등의 지식이 없으면 공부가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제이선생님)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더 깊이 있게 다져지는 학문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교육자로서 그리고 상담가로서 아주 긴 시간 역학계에 자리하고 계십니다. 오늘날 강단을 향해서 교육자로서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풍수지리에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산자산, 서자서(山自山, 書自書). 산은 산대로 놀고 잇고, 글은 글대로 놀고 있고. 책을 볼 때는 너무 자기가 아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산에 가서 명당 한번 찾아보라고 하면 못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우리 학문은 실용성이라는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사람에게 적용되고 또 거기에서 대안을 찾아주는 학문이지요. 따라서 이론과 실제의 문제에서 실제에 관한 것들도 어느 정도 학습 과정에서 구현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어떤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선생님한테 배우셔서 상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런 분들에게 또 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박청화 선생님) 현장에 있는 븐들은 이론적인 것보다 술법 중심의 어떤 논리만  너무 익히는 경향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돈벌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 수법 위주로만 가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역학이 제시하는 윤리 같은 게 있습니다. '때가 아니면 기다려라', '이것이 아니면 결국은 또 세월을 두고 견뎌라' 와 같이 이 학문이 주는 인문학적 메시지가 있습니다. 상수학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사람의 윤리를 제시하는 그런 인문학적인 요소를 놓치지 말고, 사람을 도우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 책의 뒷면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거울 역할을 제대로 해야 된다. 굽은 거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굽은 거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명을 대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자신이 확실하게 터득한 어떤 논리라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에게는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굽지 않은 거울이 되기 위해서 학문적으로 정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다른 사람의 잣대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열심히 좀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이게 공부하는 학문이지, 내가 남들 팔자 잘 봐서 돈 벌고 폼 잡고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사람의 말 한마디가 어떤 영혼을 죽이고 살리기도 합니다. 

 

(제이선생님) 정말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학문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선생님께서는 MIT 박사팀과 AI 전문가와 협업해서 만드신 앱을 미국에서 출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네. 지금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것을 세계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앱개발을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조합되는 모든 간지 케이스에 대한 어떤 설명을 줘야 되는 시스템이라 어렵습니다. 아무리 그룹핑을 하고 묶어도 빈 공간이 생긴다니깐요. 


(제이선생님) 아주 오래전 선생님께서 부산일보에서 연재하셨던 오늘의 운세랑은 비교가 안되겠군요.

   

(박청화 선생님) 그건 그냥 열두띠의 여러 가지 기준점만 잡아서 나누는 것이었지요. 간지 조합을 기본적으로 나눴을 때 60x10x60x10의 케이스가 됩니다. 그 어떤 사람이 들어와도 자기 정보를 가져갈 수 있도록 분류해서 서비스를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엄청난 어떤 분량이 들어갑니다. 유러피언들은 '인연'과 같은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용어 자체가 없습니다. '궁합'이라는 개념도 그들은 약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전부 다 정리를 했습니다. 생일만 집어넣으면 MBTI 값이 다 나와요. 이런 노력이 학문의 발전과 학문이 주는 효용이 충분하고 지속성있게 해주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4차 혁명 시대의 명리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한 발짝 앞서 문을 열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박청화 선생님) 중요한 키워드들을 일종의 화두 용어처럼 던져 드렸습니다. 이런 걸 잘 정리하시면서 빨리빨리 마스터해서 공부하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십시오. 또 원하시는 목표까지 도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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