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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22. 2023

40년, 17만명과 함께

박청화 선생님 1

(제이선생님) 포털 사이트에 선생님 이름을 검색해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역술가 중 1인이다. 그리고 사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역술가라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영상은 선생님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선생님의 공부 과정이나 사업 전개 그리고 집필활동 및 교육활동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명리학이 걸어온 길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양력학 간단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부산대 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까지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은 풍수를 주제로 하신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명리뿐 아니라 풍수에도 능하시겠습니다. 그리고 또 '관상'을 주제로 칼럼도 오랫동안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께서는 동양오술이라고 이야기하는 명복의상산 모든 영역에 모두 다 관계되신 분이시네요.


이렇게 대단하신 분과 인터뷰를 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선생님, 저는 명리학 공부를 시작한 지가 좀 되기는 했습니다. 사실 선생님 계신 곳이 저희 집과 매우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연이 잘 안 되었습니다. 사실은 너무너무 유명하신 분이시라, 한 80대 정도 되실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되게 젊으십니다.

 
(박청화 선생님) 제가 이 활동을 너무 일찍 시작해서 그렇습니다. 학부 1학년 때부터 시작했으니요. 물론 생계를 위한 목적이 더 컸지만 그때부터 직업의 세계로 뛰어든 셈이지요. 그때부터 엄청난 세월이 흘러버렸군요.
 
(제이선생님) 네, 세월이 그냥 훅 가버렸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조용헌의 사주 명리학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깊이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명리 공부를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나이에 이러한 학문을 접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학교 1학년 때 생계를 위해서 학교 앞에 오픈을 한 것도 정말 대단한 용기이신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당시에는 다른 선택이 별로 없었어요. 우리 때에는 과외도 금지하는 분위기였고,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라고 하는 게 워낙 뻔해가지고 생계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거든요.  
 
(제이선생님) 지금 제 나이 또래, 저보다 약간 어린 세대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공부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활동이나 걸어오신 길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약간 위의 세대들에게 선생님은 거의 가장 유명한 역술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시더라고요. 부산일보에서도 오랫동안 운세 파트 연재를 하셨지요?


(박청화 선생님) 부산일보에서 운세 파트와 같은 코너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199년부터  시작했던 것 같고, 중간에 다른 분이 잠시 하시다가 제가 다시 받은 것은 2004년도쯤 될 겁니다. 이제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제이선생님) 어릴 때 저희 집에도 부산일보를 받아 봤습니다. 제가 말띠인데 늘 오늘의 운세를 챙겨봤던 기억이 잇습니다. 오늘 조심해라 이런 거 보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선생님께서 작성하신 거였네요. 그리고 <세상만사>라는 칼럼도 되게 오래 쓰셨지요? 칼럼들도 내용을 보면 놀랍던데요. 명리학뿐 아니라 동양철학에 능하지 않고서, 그렇게 광범위하게 글을 써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검색해서 몇 개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우리가 제도권 교육에서 접했던 것들하고 또 동양 철학에서 제시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영역의 정보들을 믹스해서 이야기해 드리는 코너로 활용됐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 학문 체계 자체가 상수학 요소로 실용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생철학이 깔려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동양학이면서 또 큰 단위의 인문학이기도 합니다.


(제이선생님) 이 공부가 너무 방대해서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서 감동적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동적인 공부인 것 같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지요.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를 크게 키우는 시각이나 어떤 틀을 제시해 주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상대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가려면, 이쪽에 관한 학문을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고 또 자기 인생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 진짜 상담 많이 하셨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어림 제가 이 일을 한 지가 37~38년 정도 됩니다. 그동안 어림잡아도 한, 17만 명.
 
(제이선생님) 17만 명. 와 17만 명. 상상이 안 됩니다. 17만 명, 알겠습니다. 선생님 여기 사무실 들어오는 입구에 방이 하나 있더라고요. 이게 침구도 좀 있고 이렇던데 예전에는 거기서 밤을 새우며 상담받기 위해 줄을 섰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당연한 말씀이에요. 예약을 받다 보니까, 급한 분이 볼 수 없기도 했고, 또 순서대로 하다 보니까. 너무 또 뒤에 오신 분들이 기다리고 해서 그런 장소가 만들어졌습니다. 일부는 예약 일부는 선착순으로 하는데 오전에 선착순이니까 전날 밤에 아예 일찍 와서 그냥 주무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복도에서 모포를 덮고 계시고 해서아예 방을 만들어 드린 거죠. 요즘은 이제 아무래도 예약 문화로 점점 트랜스가 되어 가지고 옛날만큼 번잡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또  빨리 오시는 분이 있기 때문에 공간이 있는 거죠.

 
(제이선생님) 네. 저 공간만 봐도 선생님의 명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선생님이 쓰신 책에서 봤는데 이 명리학이 고대 천문학에서 기인한 물리학이고 하나의 학문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이 공부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명리학이라는 학문의 근거를 알게 된다면, 이 공부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텐데요.


(박청화 선생님) 그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천문학적 지식은 없었겠지만, 별들의 위치 이동이라든지 또 별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환성과 같은 것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거죠. 목화 목성 화성 금성 수성 이런 오행성들의 운행을 보는 것이지요. 또 별들의 위치 변화는 결국 계절의 변화를 만들게 되고 또 더 나아가서 큰 순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걸 보고 옛사람들이 천문에 관한 현상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천문의 문자는 무늬문자로 이해도 됩니다. 별의 어떤 족적, 별이 운행한 어떤 길입니다. 하늘이 그리는 경로는 결국 지상에 있는 많은 사물들의 변화 즉 계절의 변화와 상호 연결성이 있더라는 거죠. 그런 것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문자화한 것이 오늘날의 간지체계입니다.


(제이선생님) 그럼 선생님께서도 이 공부하실 때 이게 진짜 '학문'이다라는 것을 딱 마음에 두시고 계속 공부하시고 강의하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신 것이겠네요.


(박청화 선생님) 당연히 그렇죠. 그게 만약에 이게 안 맞으면 학문이 아니겠지요. 예를 들어서, 동지에 해가 가장 짧아졌다가 길어지는데 길어진 이후에 45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입춘이 오잖아요. 천문 현상하고 땅에 있는 변화가 안 맞으면 이게 학문으로서 그렇게 개선 되지를 못했겠죠. 그런 수많은 관찰 속에서 결국은 분류되고 귀납된 것이기 때문에 학문입니다. 이게 뭐 미래를 예측하니 정서적으로 미신이라 받아들이는 차원과는 다른 거죠.

 
(제이선생님) 어김없이 오는 어떤 순환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삶도 어김없이...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계절의 순환. 생태이므로 살아있는 것은 어차피 변화성을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이선생님) '홍익티비'는 메가스터디보다 먼저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 강의록이나 자료들은 '복사하지 마시오'라고 적혀있는 채로 복사본이 돌아다닌 것으로 압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 당시 동영상 강좌는 있어도 유료화를 해서 한 것은 제가 메가스터디보다 일단 빠른 게 맞습니다. (웃음) 공부하신 분들끼리 서머리를 잘했거나 아니면 이제 강의가 끝나고 나면 가벼운 뒤풀이 자리에서 별도로 물었던 내용들 아마 그런 것을 자기들이 서머리해 가지고 뭐 복사 못하게 했는데 그게 또 복사되고 그랬겠죠.
 

(제이선생님) 선생님께서 저에게 처음 권해주신 책이 <춘하추동 신사주학>이고 제가 지금 춘(春) 편을 가지고 와봤습니다. 지금 제가 엄청 열심히 읽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이 영상도 춘하추동으로 분류하는 것도 이 책에서 힌트를 얻은 것입니다. 춘 편 선생님 소개 쭉 해봤는데요, 선생님 조금 더 이야기해 주실 부분 있으실까요?

 
(박청화 선생님) 제가 제시해 드리는 측면은 고전적인 기준을 공부하지 마시라는 뜻이 아니고, 현대 사회에 다시 이 어울리게 좀 리메이크를 하는 어떤 과정을 제가 이렇게 제시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한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음악 세계에서도 클래식, 재즈, 블루스, 소울, 댄스 뮤직까지 온갖 것이 다 있습니다. 현대의 역학적인 사조도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합니다. 클래식 중심으로만 공부해서 사람의 삶을 분석하고 또 제시하고 상담한다는 것은 굉장히 협소한 안목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학습을 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이선생님) 보통 사람들이 되게 궁금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주팔자가 같으면 삶이 같으냐인데요.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명리학을 비난하기도 하는데,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박청화 선생님) 간지 체계가 같다 하더라도 더 큰 기준점을 가지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운명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천시(天時)입니다. 사주팔자의 간지체계라는 것이 지구가 그 우리가 공전운동 자전운동을 할 때 우리가 이 천체 이 허공 속에 좌표가 어디에 있느냐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 이런 개념입니다. 둘째, 지리(地理)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양, 서울, 부산, 호주, 일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아이들이 태어나요. 그러면 한 날 한 시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국내만 하더라도 약 60명 내외 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그 60명 내외는 간지체계가 똑같다고 보시면 되겠지요. 하지만 평양, 서울, 부산 등 지리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같을 수 없습니다. 지리를 통해서 국가운영체제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쨰는 인위(人爲)입니다. 무엇을 하는가를 의미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하는가를 이야기할 때, 혈연이나 가족관계에 에 의해 발생하는 것과 직업이나 일과 관련한 활동을 할 때 어떤 활동을 더 위주로 하는가 혹은 습관적으로 부지런한가 게으른가를 보는 등을 인위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개인의 운명은 천시와 지리와 인위가 섞여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쌍둥이로 태어나도 그 운명에서 양기 음기의 편차가 있습니다. 따라서 삶의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이선생님) 네. 이게 같은 시간과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는 하나만이 존재합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물리적인 어떤 공간은 하나밖에 없을 수밖에 없잖아요.
 


 

(제이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하나의 글자가 가지는 여러 기운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계십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사주명리학에서는 간지 체계를 많이 배우는데,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뭐 갑을병정.. 이런 식으로 글자들을 배웁니다. 그걸 볼 때 디지털화된 또는 코드화된 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너무 이렇게 고박 묶어서 단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은 조금 위험한 접근입니다.


(제이선생님) 선생님 말씀은, 갑(甲)은 갑(甲)! 이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박청화 선생님) 예를 들어 원운동을 할 때, 편의상 대조하기 위해서 구간을 나눈 것입니다. 열 개의 구간 중 한 구간을 갑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계수와 을목 사이에 있는 갑인 거죠.


(제이선생님) 그렇죠. 계(癸)에서 막 나온 갑(甲)의 기운과 중반부의 기운, 갑의 끝부분 다시 말해 을(乙) 직전의 갑은 다르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습니다. 기운의 힘이나 차이 면에서 같지 않다는 거예요. 인(寅) 월을 생각해 봅시다. 축(丑) 월 그러니까 섣달을 넘어서 인(寅)이라는 글자의 구간으로 들어왔을 때의 기운과 그다음에 인(寅)의 글자가 끝나갈 때 다시 말해 묘(卯) 월로 넘어가기 전의 인(寅) 월은 다릅니다.  글자는 같아도 기운의 강약 작용이 다릅니다.


(제이선생님) 우리가 무지개를 보면 빨, 주, 노, 초... 이렇게 탁탁 나누는데 사실 그것이 칼같이 뉘는 게 아니라 색깔이 변화하는 과정인 것과 같은 이야기군요.
 

(박청화 선생님) 그러데이션이지요. 결국은 뭐냐 하면, 원래 아날로그 한 것을 사람의 손으로 디지털화, 구간화, 코드화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갑(甲)이라는 글자를 볼 때에 계(癸)에 가깝겠네, 을(乙)에 가깝겠네 정도로라도 글자에 대한 어떤 해석을 하는 연습을 처음부터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천간과 지지의 각 글자들은 사람들이 범주화해서 만든 개념입니다. 갑이라는 글자, 을이라는 글자는 인간에 의해 디지털화된 것이고, 우리 눈에는 글자로만 보이지만 그 이면에 아날로그적인 자연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당연한 말씀. 그러니까 이제 문자가 먼저 나온 것이 아니고 자연이 먼저 있었노라.
 

(제이선생님) 그것이 이 공부에 베이스가 되고 공부를 해 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박청화 선생님) 우리가 자꾸 문자화된 코드를 가지고 덧셈 뺄셈과 같은 공식을 만들려 합니다. 1+2=3과 같이 말입니다. 물방울을 생각해 봅시다. 큰 물방울도 1,  작은 물방울도 1입니다. 1+2=3과 같은 공식을 만들어 내면, 실체와는 결이 다른 의미가 생겨납니다. 코드화 과정에서의 왜곡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야 다시 우리가 코드 즉 글자 하나를 보더라도 자연 현상 속에서 해석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제가 선생님 책에서 밑줄 쫙 긋고, 옆에 스티커 라벨도 딱 붙인 문장 중의 하나인데요, '오소(五所)가 아니라 오행(五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이 저는 확 와닿았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목은 나무가 아니고 금도 쇠덩어리가 아니다. 자연의 운동은 목행(木行)으로 봄바람이 불다가 금행(金行)으로 가을바람이 붑니다. 금과 목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표리 관계에 있습니다.


(제이선생님) 금목이 표리 관계다. 그렇다면, 수화도 표리 관계인가요?
 

(박청화 선생님) 당연한 말씀. 우리가 화(火)라고 하는 것이 불덩어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 떠오르고 발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너지가 그렇게 되어있으면 화 운동의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다시 땅으로 내려오고 한 곳으로 뭉쳐지는 작용이 수(水) 운동인데 방향 차이이며, 운동의 속성 차이일 뿐 두 몸은 아니더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제이선생님) 월에서 격을 딱 잡고 용신 찾고 이런 공부가 아니라, 이 에너지 움직임을 이해하는 공부로 흘러가면 이 공부가 훨씬 폭넓어지고 재미도 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이치를 60개의 간지로 구간화하였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물론 오행학이라는 건 더 큰 단위의 개념은 있지만, 오행학이라기보다는 오행을 더 훨씬 더 많이 구분한 것이지요. 천간은 오행을 각 두 개씩 10개로 나누었습니다. 지지도 12개로 쪼갰습니다. 또 천간과 지지의 결합 관계인 짝을 지어서 60개로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충분히 나눠줬는데... 간지를 쓰지 않고 이것을 또다시 우리는 '갑도 목이요. 을도 목이요. 인도 목이요.'와 같은 식으로...


(제이선생님) 다시 덩어리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박청화 선생님) 그러니깐요. 그 의미와 작용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글자를 다르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다시 또 뭉퉁거려서 목이라고 보는 것은 단순화를 하면서 생기는 오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이선생님) 제가 앞선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선생님들께서는 간지를 이해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근데 이게 간지를 이해하는 이 공부는 어렵습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그런데, 쉽게 할 수도 있고 어렵게 할 수도 있겠지요. 결국은 시간 코드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운 거죠.  하루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잖아요.


(제이선생님) 펼치고 오므리고 하는 순환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박청화 선생님) 거기에 제일 일반적으로 잘 대응되는 사물의 움직임이 수분 같은 경우입니다. 봄에 아지랑이가 오릅니다. 하루도 아침부터 수분이 증발하기 시작해서 펼쳐집니다. 낮이 되면은 수분이 허공으로 쭉 펼쳐져 버리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빨래를 낮에 너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이슬과 수분이 땅으로 내려옵니다. 밤이 되면 모든 것이 어두워지고 웅크리고 그런 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쉬울 수도 있죠. 글자 하나하나만 공부한다는 것은 디지털에 빠져서 디지털만 하는 것이지요.


(제이선생님) 디지털에 빠져서 디지털만 하고 있다. 간지를 이해하면서 쫙 돌려 순환하는 것을 이해해야겠군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돌고 도는 순환적 관점의 동양의 시간관이라든지. 그리고 생태학적 관점의 인간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 그런 것들이 확 와닿게 됩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제가 이어령 선생님의 <디지로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단어를 묶어서 그 융합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디지로그 마치 음양처럼 설명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리도 디지로그 명리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됩니다. 

 

(박청화 선생님) 그렇죠. 우리가 배운 건 디지털 코드지만 자연의 움직임을 구간화 한 것임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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