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결혼식 당일
새벽까지 청소에 찬바닥에서 자느라 퉁퉁 붓고 온몸이 난리였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빨리 끝나고 쉬자.
마치 프로젝트를 마치는 전투자세로 나의 결혼식을 준비했다.
미용실을 동서랑 했던 그곳에서 하셔야겠다고 하셔서 예약을 했다.
헤어도 메이컵도 원장님께 예약해 드렸다.
얼마나 꽃단장을 하시는지 늦은 준비 시간에 아버님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샵에서
매우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지르셨고.
부동산에서도 보았던 무식하고 경박스러운 모습에 정말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눈물이 울컥했다.
아랫사람에게 매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격.
너무 창피했다. 나의 모습을 알아챈 메이컵 선생님께서
"신부님 울면 부어요. 오늘 이쁘게 하셔야죠. 너무 고생 많으시겠어요. 신혼여행만 생각하세요.!!"
라며 계속해서 응원의 말을 보태었다.
헤어스타일도 메이컵도 티아라도 액세서리도 무엇하나 고를 여유가 없었다.
쑥대밭을 만든 아버님 덕분에 분위기는 서늘했고
그 와중에도 어머님은 끝까지 가발을 두 개를 하네 머리를 더 올리네마네
메이컵을 여기를 더 하네마네 치장에 여염이 없으셨다.
그렇게 지금은 기억도 가물거리고 느낌도 없는 식을 끝냈다.
결혼식이 끝나고 오신 하객들의 식사를 마치자마자
이바지 음식과 폐백음식을 들고
그의 부모님과 친지들은 그의 집으로 향했다.
식사 배웅을 다 한 후 집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내가 준비한 온갖 잔치 음식으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도착한 나에게 그릇과 음식 나르는 것을 도우라고 했는데
한복을 입고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그렇게 나는 일을 하다 구석에 끼여서 남은 국수하나를 주시기에 깨짝이고 있었다.
남편이 된 그는 나의 옆이 아니라 본인 친인척과 앉아 있었다.
남녀가 따로 앉아 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지금 내 모습은 더 기가 막혔다.
갑자기 폐백음식을 꺼내라고 하더니 절을 시켰다.
폐백이라며 활옷도 못 입고 절을 했다.
그쯤 되니 그 상황이 우스웠다.
교인들에게 눈치는 보이시고 하시고는 싶고.. 절값으로는 선물도 사 오지 못할 밥값이 들어 있었다.
시어머니가 되실 분은 면세점에서 본인의 화장품을 사 오라고 브랜드까지 친절히 알려주셨다.
그때는 그냥 빨리 옷 벗고 씻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비행기 시간에 쫓겨서 허둥지둥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비행장으로 출발했고 남편이 될 그는 나의 씻을 시간 따위는 제공하지 않았다.
분명히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말이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려는데 그에게 전화가 왔다.
얼른 타야 한다는데
갑자기 너무 서러움이 몰려왔다.
인내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결혼을 준비하고 집을 구하고 살림을 준비하고 청소하고
식장에서도 행복도 떨림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식도 시작하기 전에 미용실에서 언성을 높이며 소리 지르는 시아버지가
너무 창피했고 신부보다 이것저것 더 요구하는 시어머니 덕분에 맘에 들지 않는 헤어스타일 따위는
생각도 안 들었다. 어떤 액세서리가 어울릴지도 당연히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오로지 '빨리 끝내고 씻고 자고 싶다.' 이 생각만 가득했다.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안전등이 켜지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메이컵을 지우고 헤어핀을 뽑았다.
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안도와 서러움이 섞인 눈물.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빠와 엄마는 언니의 피아노 반주를 들으며 가곡을 함께 부르고 있었고
나는 열린 문을 통과하며 마루에서 마당 잔디 위로 다시 마루로 뛰어다니며
춤을 추었다. 너무 즐거웠던 행복했던 기억.
그 기억 속의 나는 모든 것이 충만했다.
몸도 마음도 아름다움으로 충만하고 이 세상의 중심은 나였던 그 시절.
줄줄 흐르는 눈물과 함께 좁아터진 비행기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스프레이로 딱딱하게 굳은 머리를 대충 묵고 자리로 돌아오니
그 남자는 잠에 빠져 있었다.
그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 이제 시작이지. 지나간 일로 소중한 시간을 망칠 순 없지. 이제 정말 너와 나의 이야기로만 추억을 만들자. 일생의 단 한 번의 신혼여행을 즐기자.'
자리에 앉자마자 자다 깨다 먹다 자다를 반복하고
우리는 드디어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정말 행복만 느낄 거야!! 우리의 이야기를 가득 만들어 가자!!'
이 마음을 자는 그를 깨워서 서로 공유했다면 그가 그의 역할을 잘해주었을까?
그동안의 묵은 감정을 공유하고 해결하는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일어난 대단한 일은
생애 첫 신혼여행을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최악의 여행으로 남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