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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Oct 19. 2023

39, 어두운 식탁 아래

너무 하찮고 빛나는 나의 도전.

적어 놓은 노트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뭔가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없나....

내가 당장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없는 거구나...

그럼 내가 지금 뭘 해야 먹고살 수 있지...?

취업해서 바로 애를 케어할 수 있을까..?

한국이나 외국이나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직장이라...

그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큰 이모가 그랬었지..

간호사를 했다면 외삼촌 댁에 보내기라도 했을 텐데..

그래! 간호사가 되어야겠다!!

(갑자기??)

간호사가 되는 일을 나는 너무 쉽게 생각했다.

전문대를 가서 얼른 간호사가 되어서 미국 간호사까지 쭉 준비를 해야겠다.

전혀 정보가 없는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 보이면 남들 눈에도 좋은 것인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검색한 글들을 읽고 또 읽었다.

광고 글들인가.. 학점은행제는 또 뭘까..?

검색을 하다 보니 카페까지 가입하게 되었고 의외로 나와 같은 이유로 준비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나의 대학교 학점은 아슬아슬하였고 간호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공은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일단은 원서를 내는 날짜도 며칠이 남지 않았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점수를 만들 시간도 없었다.

스스로가 더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나 도대체 40이 코앞인 이 순간까지 뭘 하고 산 걸까.. 게으른 삶의 대가를 처절히 치르는 순간이었다.

제대로 한 것이 하나가 없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간호 교수님이 친한 지인이라

간호사에 대한 정보와 내가 찾아본 간호전문대에 대해 정보를 들을 수가 있었다.

들을수록 자신감은 떨어졌지만 이렇게 자세히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간호사의 업무는커녕 어떤 어떤 간호사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하루 만에 원서를 쓰고

며칠 동안 면접 준비를 했다.


대학 서류를 뽑고 내 이름 석 자를 적고 수험 표가 나왔다.

내가 서류 전형으로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운이 좋으면 예비 후보가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의 긴장과 바쁨에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온전히 나를 위한 검색과 가입,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기대

그리고 나만의 것을 위해 기다리고 연습하고 생각하는 시간.

10년 만에 느껴지는 이 어색한 기분이 행복했다.

마음이 말랑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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