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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Oct 17. 2024

두 번째 조각


저는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에 가요. 센터에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데요. 성격상 늦는 것보단 빠른 게 낫다는 주의라서 그전까지 도착해야 마음이 편해요. 근데 저는 서울 사람이 아니라 경기도권 사람이라는 게 문제예요.


집에서 센터까지 가는 방법은 총 세 가지예요. 물론 더 많겠지만 최적의 루트로 간추려 보았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버스를 두 번 타는 거예요. 둘 다 집 앞에서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이른 아침에 저만 서울에 가는 게 아니더군요. 출근길이라 길도 너무 막히기에 도착 시간이 불확실한 거죠.

세 번째로는 전철을 이용하는 거예요. 물론 버스로 또 갈아타야 하기는 하지만, 도착할 시간이 다른 방법보다 확실하다는 게 장점이에요. 단점은 전철을 타기 위해선 걷거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거리가 굉장히 애매하고, 출근 시간이라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요.


결론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편한 길은 없어요. 모두 장단점이 있고, 포기해야 하는 요소가 하나씩은 포함되어 있는 셈이죠.


프로그램을 참여한 지 이제 3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2개월 정도는 버스를 타고 갔던 것 같아요. 전 집 앞에서 편하게 타고 가는 길을 택한 거예요. 불확실한 도착 시간에 지각도 했었고요, 늦을까 봐 빠른 걸음에 뛰기도 했어요. 그런데 무슨 마음이었는지, 한 번 전철을 이용해 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 이후로 세 번째 루트로 센터에 가요. 집에서 전철을 타러 가는 길을 산책 삼아 걷고요. 제가 원하는 시간에 도착하니 더 서두를 필요도 없고, 다급함이 사라지더라고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늘 불확실한 미래만 생각했던 제가 길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조금은 확실한 길을 찾아갈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늘 손해 보는 게 용납이 안 됐고, 필요 요소를 챙기는 것보다, 포기하는 요소가 늘 아깝고 아쉬웠거든요. 결국 그런 태도가 제 스스로 길을 막고 벽을 세우고 있었나 봐요. 마음을 좀 내려놓으니 내 인생의 흐름이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또 하나, 그동안 늘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제대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더라고요. 브런치 스토리 작가도 운이든 내 노력에 대한 결과든 내가 뭐든 해야 따라오는 거구나 느끼게 해 주었고, 저는 이제 제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그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날만 남아 있는 거죠.


앞으로의 제 길이 기대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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