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연못자리 돌 틈마다
키 작은 수선화 무리들이
저마다 연한 꽃대를 올리더니
노란 꽃잎을 펼치고서 봄을 다툰다
오래전 금붕어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줍은 갈대인양 바람에 하늘거린다
계절 따라 모양을 바꾸는 바람
그것이 조심스럽게 피워내는 이 봄은
어찌 된 일인지 더욱 더디게 왔고
성급한 내 마음엔 조바심만 일어나
철을 잊은 채 뒤늦은 눈꽃을 맺었으니
새하얀 눈 속에서도 봄은 반갑기만 하다
시간은 더디 가도 결국 제자리를 찾고
물기 머금은 텅 빈 꽃자리들에는 다시금
어머니의 꽃주머니들이 방글거린다
희고 빨갛고 분홍의 동백도 되었다가
커다란 흰 목련, 작고 어여쁜 매화도 되고
사시장철 꽃피는 봄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