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아침

by 몽유

어둠 속에서 빛은 천천히 밀려나고

한 손에 움켜쥔 아침이

손가락 마디마다 매달려 떨어진다

빛은 무력하게 스러지고

숨 고인 공기가 눈가에 맺힌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어둠에서만 눈에 드는 것들이 있다

일찍 찾아오는 아침

창문 너머 어둠속 골목

발자국 없이 쌓인 먼지

깨어 있던 그림자의 기척

아침은 늘 낯설다


가난이 넉넉하던 시절에도 웃었지만

이젠 가난하지 않은데도 웃지 않는다

인적 드문 길 위에 묵묵한 기다림만 서 있다


누구에게나 쉽게 오는 계절은 없다

빛이 들면, 나는 다시 어두운 거리로 나선다

쉬이 머무르지 않는 계절

어깨 위에 남은 하루의 무게

어둠 속에서는 기다림이 자란다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아슬하게 매달린 잎 하나

바람에도 흔들리고

무거운 시간에 흔들리며

마른 숨결처럼 떨고 있다


keyword
이전 05화어머니의 꽃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