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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by 몽유

처음에 그것은

분명 낱낱의 물방울로 흩어져

끝내 투명한 공간 속에

내 흐린 기억을 숨기고야 마는

무수한 무리의 하얀 꽃이었다

스멀스멀 낮게 피어올라

축축하게 감싸 안고서는

비릿한 내음에 코끝이 시린 바다

익숙하지 않은 그 바다 어딘가에

낯익은 것들이 들어와 누웠다

바다에 하얀 안개가 덮쳐오면

기어코 일어나고 말 일이다

안갯속에서는 오래 있으면 안 된다

너를 기억하는 일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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