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수줍었던가
홍조를 그렸더구나
그런 널 두고
오랫동안 찾아 헤맸으니
나에게 너는
동경으로만 남아 있었던 것일까
언젠가 너는 내게
웃음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왔고
나는 그런 너를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았으니
매일이 아침으로만 가득하다면
그것은 축복이겠다
성긴 비라도 내릴라 치면
눈 언저리가 처지고
그렇잖아도 퀭한 가슴 한쪽이
조용히 무너져 내렸지
말 대신 한숨을 접어 넣던 그날,
젖은 구름 사이로
말간 얼굴을 내밀었던 너는
다시 짙은 홍조를 그리고
햇살은 백치 같은 표정으로
너의 웃음을 먼저 보이게
작정해 놓고도
못 본 체 돌아서기를 바란 것일까
어쩌면 그때의 나는, 그제야
비보다 더 조용히
젖어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네가 지나간 자리는
언제나 메말라 있었지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머물던 기척을 남기는데
너는 처음부터
내 가슴속에서만 살았던 것인지
네가 머물던 기척은 여전히
내게 웃음으로만 남아 있다니
첫사랑은 모두 흐려진다는데
아직까지도 이렇게 선명한
너는 어떤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