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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May 08. 2024

장루 복원술 시행 그리고...

가끔씩은 사람의 몸이, 정확히는 내 몸이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위에서 소화작용을 거친 음식물 찌꺼기가 소장을 거쳐 대장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소장을 잘라서 장루를 매달아 놨으니 변이 대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소장의 중간정도에서 바로 장루로 배출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대장을 거쳐 직장에 변이 모였다가 변의를 느끼고 배출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런데도, 이따금씩은 변의가 느껴지기도 하니 그것 참 상스럽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다.


그리고, 아무런 기미도 없이 장루에 가스가 차거나 변이 쏟아져 내리는 모양새가 처음엔 참 황당스러웠다.

나중에는 밤에 자다가 사고 칠까 봐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일부러 적게 먹은 것도 이유가 될 테고, 저녁은 거의 먹지 않은 것도 영향을 주었겠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음식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물론, 입으로 들어간 음식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살은 빠질 대로 빠져서는 흡사 대학 2학년 때 한여름에 군입대를 한 이후 훈련소 퇴소할 때의 그 딴딴했던 몸처럼 군살이라곤 없는 몸매를 했었나 보다.

잠시 장루를 떼어놓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아내가 아프지는 말고 이 몸매를 쭈욱 유지해 보자 했더랬는데, 지금은... 음


그래서인지 이따금씩은 내가 아직도 환자라는 사실을 기억 속에서 지우고는 산책을 나갔다가 괜한 시비에 말리기도 했는데, 아내와 아이들의 눈짓에 이내 정신을 차리곤 몸을 사리기도 했다.

역시나 몸이 아프다는 것은 자신에게는 가혹하지만, 가족들에겐 미안한 일이다.




그렇게 별 탈이 없이 두 달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장루 복원수술을 받기 위해 다시 입원했다.

대개 인공항문인 장루를 하는 경우 복원수술은 3개월이 경과한 후에나 한다는데, 내가 젊고 회복속도가 좋아서 2개월 후에 시행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사경을 헤매고 고생을 했는데, 이 경우에 웬 젊음?


아무튼, 인공항문인 장루를 하기 위해서 복부밖으로 절제해서 내어놓은 소장을 다시 이어서 봉합하고, 복부 안으로 집어넣는 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는데, 

이번엔 별 탈 없이 예정했던 시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고, 또 그렇게 되었다.


이전에 입원했던 것과는 달리 6인실의 일반병실이었는데, 맞은편 창가 쪽에는 나처럼 대장암 수술을 하신 분이 몇 개월 만에 장폐색 증상이 심해져서 입원하셨고, 내 맞은 편의 병상에는 30대의 위암환자가 수술을 받기 위해서 입원하고 있었다.

장폐색이 심하셨던 분은 결국 수술을 받으셔야 했던 것 같고, 30대의 위암환자 이 친구는 혼자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고, 수술 받은 지 며칠 만에 퇴원을 했던 듯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리고, 내가 복원수술 받은 후 며칠 만에 폐가 좋지 않아 입원을 하신 노인이 계셨는데, 입원하던 그날 저녁부터 할머니에게 시달리시더니 사흘만인지 나흘 만 엔지 새벽에 소천을 하셨다.

돌아가시던 그날 밤늦게까지 병실에 깨어있던, 아니면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괴롭히는 그 소리에 잠에서 깬 이들은 들었겠지만, 할아버지 가슴 그만 때리라는 내 말소리에도 아랑곳 않던 할머니였다.

그 몇 시간 후에 병동과 병실이 부산스럽더니 그 길로 떠나셨으니, 누구 하나 그날 밤의 일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을 갖고 있는 듯도 했고, 구태여 그걸 끄집어내서 뭐 할까 싶었나 보다.




아무튼, 난 복원수술 이후에 별 문제도 없는 듯했는데, 빨리 퇴원을 시켜주지 않았다.

대신에 그 며칠 동안 pet ct 검사를 비롯해서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았고, 맨 정신에 비수면으로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 검사를 각각 차례씩 더 시행했다.

불과 몇 개월 전 비몽사몽으로 했던 검사들이었는데, 그때도 비수면 이번에도 비수면으로 받는 것이 쪼끔 아프고 부끄럽긴 해도 훨씬 좋았던 듯하다.

검사 시행 전에 이번에도 비수면으로 하느냐니 지난 몇 개월동안 전신마취 횟수가 많아서 내시경 검사는 가급적 비수면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니 그렇게 했는데,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비수면으로 검사하고 있다.


아무런 이상 소견이 없는 중에도, 지난 검사에서처럼  폐에 작은 결절이 보인다고 했다.

사이즈는 앞전 ct상에서처럼과 변함이 없다고 했는데,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말이긴 했지만, 별 대수롭지 않은 듯 하는 주치의의 태도로 무시해도 될 듯했다.

그보다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직장암 환자들이 장루복원수술 이후에 이제 화장실 왔다 갔다 하는 것 때문에 진짜 고통이 시작된다는 그 말에 더욱 신경이 가 있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이미 사람을 괴롭히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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