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저녁은
해 기운 마루 끝에는
여전히 먼지 냄새가 맴돌았고
괜히 솥뚜껑을 열면
따뜻한 김 대신 오래 묵은 그리움이 올라왔다
치마폭에 하루의 고단함을 눕히던 어머니
말없이 저녁밥을 담았고
젖은 손길은 가만히 숨결을 눌러 앉혔다
기왓장을 스치던 바람 같은 아버지
저녁 바람처럼 묵묵했고
그 사이에서 자꾸 마음의 길이를 쟀다
닿지 않는 거리만 저녁빛처럼 길어지던 계절
석류나무 아래 흙냄새는 울음을 품고
돌아서는 발뒤꿈치에 매달린 그림자 하나
눈동자 끝에서 오래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