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도독 토도도독
창을 때리던 빗방울이 흘러내린다
투명한 파장이 잠시 일렁이더니
어느 순간 창을 타고
미끄러지듯 아래로 아래로
일순간 흩어졌다가 흐려지고
흐려졌다가 또다시 흩어진다
요란스럽게 창을 때린다
투영된 하늘에 그림을 그렸다가 지운다
얼룩진 그림엔 기다란 동심원도 들었다
그 속에서 다시 흐려지는 네 얼굴
분명 점점 더 흐려지는 그날의 네 얼굴이다
온전치 못한 내 기억 속의 너
투명한 빗방울을 타고 흩어지는 동심원에도
저 파란 하늘에 흐릿한 네 얼굴에도
다시 부딪혀 오는 온전치 못한 내 기억
그날의 우린 어디쯤에서 이별을 고했을까
기억할 수 없는 그날의 너와 나
그것이 이토록 고약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