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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작가 Dec 27. 2017

내향적인 여자의 속사정

한때는 나도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 아니다.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고 싶었다.



이런 단어들이 난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마냥 그냥 불편했다.

그래서일까. 퇴근한 후 아니면 주말에 혼자 집에만 있는다는 건 왠지 내가 저런 말들에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이란 걸 증명하는 것만 같아서 억지스레 약속을 잡고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낯선 이들에 둘러싸인 자리에 있을 때면 나 혼자만 느끼는 듯한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 연거푸 들이킨 몇 잔의 술기운을 빌려서야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곤 했다.

가끔은 불편한 자리를 피하려고 온갖 핑계를 만들어 집에 있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나 자신이 괜히 작고 못나 보여 속이 상하기 일쑤였다.

밖에 나가려고 문을 열려다가 밖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릴 때면 일부러 좀 기다렸다가 나가기도 하고,

지하철에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땐 일부러 반대방향으로 가서 앉기도 했다.

한 번은 배탈이 심하게 나서 독일의 병원에 갔다. 조용히 대기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깜빡 잠이 드셨는지 너무 크게 코를 고는 바람에 대기실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서로 슬며시 눈을 맞추며 웃었다.  

슬그머니 주고받는 작은 웃음들이 좋아 보였는지 난 굳게 마음을 먹고 맞은편 아주머니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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