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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장이 막힐 줄은...

by 몽글
3주 만에 응급실을 또 찾았다.



저녁 먹은 이후로 속이 계속 더부룩했다. 실내 자전거를 타보기도 하고 집 안을 걸어 다녀보기도 했지만, 뭘 해도 더부룩함은 가라앉지 않았다. 자려고 눕기 전 미국 소화제라고 불리는 텀스를 한 알 씹어먹었다. 하지만 별 다른 효과는 없었다. 심지어 복통이 동반됐다. 속이 꾸룩 거리고 복통이 느껴져서, 결국 자려고 누웠던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복통은 꽤나 잦게 나타났다. 리고 그 강도가 심상치 않았다. 잠을 이루기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밤새 뜬 눈으로 버틸 것인지, 서둘러 응급실을 찾아가 볼 것인지,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듯했다.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응급실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복통이 이전에 느껴봤던 것과 달랐다. 실은 응급실에 가기를 주저했던 한 가지 이유는, 혹시라도 단순한 변비증상은 아닐지 염려스러워서였다. 이틀 전 밤에 설사를 하길래 지사제를 먹고 잤는데, 그 뒤로는 설사가 멎어 다행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그 뒤로 더부룩함과 복통이 나타난 것이, 지사제의 부작용으로 변비로 이어진 것인지 우려스러웠던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응급실을 가더라도 변비약을 처방받거나 관장을 하는 정도로 그칠 테니, 그럼 쪽팔릴 것 같으니까... 그러나 다행(?)히도 변비는 아니었다.


X-ray와 CT를 찍어 본 결과, 장폐색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단어였다. 검색을 해보니 장의 일부가 막히는 질환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소장의 일부가 좁아져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응급실 담당의 선생님은 외과 담당의 선생님의 판단을 받아볼 것인지 물으셨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외과 담당의 선생님의 판단은 입원을 해서 경과를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 자연스럽게 호전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통해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침 8시에 예상치도 못한 뜻밖의 입원이 결정되었다.




병실을 배정받고 입원 절차를 밟았다. 입원 안내를 받으며 한 가지 절망적인 통보를 듣게 되었다. 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의 금식. 나중에는 이해가 되었지만, 처음 들었을 때는 청천벽력이었다. 물도 마시지 못한다니... 장이 막혀있어 음식물이 들어가면 계속 통과가 되지 않으니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대신, 영양소를 계속 공급해 주는 수액을 투여한다. 그래서인지 신기하게도 배가 고프지는 않다. 다만 물을 입으로 섭취하지 못하다 보니 입이 계속 마르고 목으로 물을 넘기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한 가지 또 중요한 점은, 자주 걸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스배출은 잘 되는지, 대변과 소변은 잘 보는지 살피고 기록하라는 것이었다. 이 또한 막혀있는 장이 풀리고 원활해지는지 알아보기 위한 내용인 듯했다. 30여 년 전에 맹장수술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수술 이후에 첫 방귀를 뀌기 전까지는 금식을 해야만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얼핏 그때와 비슷한 상황 같았다. 장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움직이고 음식물의 섭취를 제한해야 하나 보다.




그건 그렇고, 멀쩡하던 장이 대체 왜 막힌단 말인가? 믿을 수는 없지만, 그 과거에 했던 맹장수술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단다. 당시 수술에서의 어떠한 장기끼리의 유착이 지금 시점에 장폐색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데... 아무튼 중요한 건 나는 갑작스럽게 입원을 하게 되었고 물도 음식도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2025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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