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항공권을 취소했다. 엄마가 제주한달살이 중인데 그에 맞춰 방문하기로 했었다. 금요일에 내려가 일요일에 올라오는 아주 짧은 일정의 여행이다. 엄마가 머무는 숙소와 엄마 카 찬스 덕분에 숙박비와 차량 렌트비가 들지 않으니 항공료 정도만 지출하면 짧더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입원을 하며 갈 수 없게 되었다. 행여나 금요일 이전에 퇴원을 하게 되더라도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하노이 여행 취소에 이은 두 번째의 여행 취소가 결정되었다.
아내가 여러모로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 그 새벽에 자다 말고 나를 응급실로 날라다 주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응급실에서 무한대기하다가 입원수속 밟아주고. 병원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집에서 챙겨 오는 것도 아내의 몫이다. 나는 당연히 휴가를 썼고, 아내도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썼다.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어서 남게 된 휴가가 이렇게나 허망하게 소진되어 간다.
간헐적으로 복통이 찾아온다. 특히 걷는 도중에 복통이 한 번씩 덮친다. 그 강도는 꽤나 세다. 복부의 좌우측 가릴 것 없이 무언가로 찌르는 듯 강렬한 통증이 느껴진다. 걸음도 멈추게 하는 통증이다. 서있을 수 있을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다. 너무 아파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병실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갑자기 통증이 느껴지곤 한다.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아프다. 근데 이게 나아지고 있는 건지 악화되는 건지 뭔지 도통 모르겠다.
포도당을 포함해 각종 필수영양소가 포함된 영양제를 수액으로 혈관에 직접 공급한다. 그래서인지 배가 고프지는 않다. 아니, 배가 고프지 않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그게 킹 받는다. 나는 뭘 먹는 게 없는데 내 몸은 배가 고프지 않나 보다. 참 내... 어처구니가 없다. 물도 마시지를 못하니 입이 마르고, 물을 마시고 싶다. 맹물로 입을 헹구고 물을 뱉는 건 괜찮다고 해서 가글을 수시로 하고 있다. 최대한 물을 뱉어내지만 입에 아주 조금 남은 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건 흐린 눈 한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탈의 최대치이다.
- 2025년 1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