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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르네상스

by 류재숙 Monica Shim

우리가 머무는 동안 통영에는 '통영, 섬, 바람'이라는 주제로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개최되고 있었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3년마다 열릴 예정인데 행사 기간에는 다양한 전시, 공연 행사가 시 전역에서 펼쳐져 통영시 자체가 하나의 전시관 역할을 했다.


통영시는 조선업의 불황으로 고용 위기와 인구감소 문제가 발생되면서 대체산업 육성이 필요했다. 또한 조선업과 더불어 주력산업인 관광업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인근 도시에서 유사 관광 시설을 유치함으로 인해 매년 관광객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통영만의 지속 가능한 문화관광산업 전환을 시도하게 되었고 섬과 내륙을 이어 전통문화유산과 현대 예술을 연계한 국제규모 문화행사를 추진하게 되었다 한다.


'르네상스는 14세기 신 중심의 사상과 봉건 제도로 개인의 창조성을 억압하던 중세를 벗어나 문화의 절정기였던 고대로 돌아가자는 예술의 부활·재생을 뜻하는 문화 운동이었다.

통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을 많이 배출한 예향의 도시다. 통제영 내 12 공방에는 전국의 장인들이 모여 전통 공예를 꽃 피웠다.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는 이러한 과거의 문화유산과 현대 예술을 한데 엮어 새로운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만들어 통영을 다시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도시로 도약하게 만드는 ‘통영 르네상스’를 여는 서막이다.' -경남 미디어


귀한 시기에 우리가 통영을 방문한 셈이었다. 곳곳에 전시회와 공연이 넘쳤는데 미리 계획하지 못해 충분히 누리질 못했다.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소중한 행사에 방해꾼이 되어 많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5월의 통영은 온화한 날씨와 각종 봄꽃들의 향연이 어우러진 자연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통영은 조선시대 삼도 수군 통제영이 있어 한양에서 부임해 오는 관리들이 식솔까지 데려와 살았기에 수준 높은 한양도성문화가 자연히 내려왔다 한다. 또한 경상 전라 충청 삼도를 관리하니 세 지역의 문화가 어우러져 음식문화와 예술이 발달하게 되었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문인과 예술인의 작품 활동에 큰 몫을 했다. 수많은 섬들이 큰 태풍을 막아 어업이 성행했고 파도가 심하지 않은 갇힌 바다는 어항과도 같아 생선이 넘쳐났다. 어선들을 거느린 부자들이 모여 살았고 통영항을 거치며 상선들이 오가며 상업도 성행해 통영은 문화나 상업에도 큰 역할을 한 도시였다.


통영 문화원에서 통영의 옛모습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통영의 옛지도를 보니 과연 천혜의 요새였다. 북으로는 높은 산이, 동서남 삼면으로는 섬들이 겹겹이 수문 역할을 해 감히 적들이 침입하기 힘든 지형이다. 과거의 통영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세병관 근처에는 많은 관공서와 공방들이 있었고 도성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현재의 세병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 많은 문화유산이 일본인으로 인해 증발된 셈이다. 강구안의 해안선도 일제강점기 때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생각났다. 이웃은 힘들 때 서로 도우고 사촌처럼 챙겨준다는 말인데 과연 일본은 우리의 이웃이었나 하는 마음이 다시금 일게 했다. 우리나라 강산 곳곳에서 일본에 의해 파괴되고 할퀴어진 모습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옛 사진을 보며 평화로운 통영의 옛 모습이 그려졌다. 각종 공방에서는 통영갓, 나전칠기, 옻칠, 거대한 통영 연을 만드느라 장인들이 오가고, 안가에선 아낙들이 누비를 누비고 수를 놓느라 정성이고, 사랑에선 문인들이 시를 읊고, 은하수로 병기를 씻는다는 의미의 세병관에선 화살과 포 창을 만드느라 대장간의 망치소리가 드높고, 항구에는 만선의 고깃배가 오가며, 시장엔 펄떡이는 생선을 거래하느라 시끌벅적한 통영, 그 활기찬 통영의 한 복판에 서있는 상상을 해본다. 자기가 하고픈 일에 빠질 수 있는 세상, 백성이 제각기 맡은 일에 열심인 세상, 그런 곳이 바로 태평성대의 세상이 아닐까.


이 재주 많고 복 많은 통영이 시샘이 날만큼 부럽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성공리에 이뤄져 통영 르네상스의 부활을 통해 통영이 다시 문화의 중심에 서길 바란다.



통영 옛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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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현재의 세병관 / 일제강점기 때 기둥을 막아 학교로 개조해 사용된 세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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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강구항과 통영장시/통영성 남문과 세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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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연/ 통영갓/통영 나전칠기 소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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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전통공예품 전시판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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