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상담소 [Ep.5] 세균의 발, 편모
오늘은 고등학생 친구의 사연이 들어왔네요. 혹시 고3이신가요? 고3이시라면 수능이 얼마 안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화이팅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주말인데 다들 놀러나가셨나요?
오늘도 세균에 관한 이야기라서 제가 또 왔지 모예요.
저 같은 세균도 발이 있냐고요?
세균에도 발이 있어요. 다만, 사람의 발과 모양이 다르고, 칭하는 명칭이 다를 뿐이죠!
세균의 발은 '편모'라고 해요. 사람의 발은 신체의 맨 아래에 있고, 발가락이 있으며, 사람을 서 있거나 지탱하게 해주는 특징이 있죠. 편모는 세균의 몸에서 길게 뻗어 나온 가느다란 채찍의 모양을 하고 있어요. 사람의 발과는 모양이 다르죠?
편모는 세균에게 여러 가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기관인데요. 세균이 수용액 환경에서 잘 헤엄칠 수 있는 힘을 제공하기도 하고, 주변에 화학물질이 있는지, 그리고 온도는 적정한지 등 주변 환경을 감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이러한 편모 덕분에 세균들이 위험한 곳으로부터 멀어지고 먹이가 있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편모가 어떻게 세균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걸까요? 편모에는 '생체 모터'가 있기 때문이에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에 생체 모터가 있다니, 그 생체 모터로 움직일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생체 모터는 양성자구동력 (proton motive force)에 의해 힘을 받게 되는데요. 양성자구동력은 세포의 신진대사에 의해 설정된 농도 차이로 인해 양성자가 세균의 세포막을 가로질러 갈 수 있는데, 그때 세포 밖에서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힘에 의해 편모가 회전하게 되는 거죠. 편모가 회전하면 파동이 생기고, 그 힘으로 세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거랍니다. 편모 모터는 평균적으로 6,000-17,000 rpm으로 움직일 수 있는데, 최고는 100,000 rpm, 즉 1분당 10만 번의 회전까지 가능해요. 굉장히 빠르게 회전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거죠. 어떤 세균의 경우 1초에 자신의 몸길이의 60배 거리를 헤엄쳐 나갈 수 있다고 해요. 육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가 1초에 자신의 몸길이의 25배 거리를 뛴다고 하니, 세균은 굉장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세균은 직진뿐 아니라 후진도 가능한데요. 편모 안의 FliG라고 불리는 단백질의 위치를 바꾸면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세균은 수용액 속에서 수영할 때 전체 에너지의 2%만을 사용하며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요. 거의 100% 효율을 발휘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인데요. 사람들은 걸어 다니면서 에너지 소모를 꽤 하는 편이죠? 이 부분만 봤을 때는 사람의 다리보다 세균의 편모가 훨씬 효율이 좋겠네요! 또한, 편모는 재생력이 강해 만약 끊어지더라도, 빠른 시간 내 다시 회복할 수 있어요. 이런 점들로 봤을 때, 세균은 꽤나 영리하게 살아가는 미생물인 것 같아요.
그럼 세균은 모두 편모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모든 세균이 같은 수의 편모를 가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편모의 개수에 따라 세균을 분류할 수도 있어요.
한쪽 끝에 편모가 있는 세균을 '단모균', 양쪽 둘다 편모가 존재하는 세균을 '양모균', 온 몸에 전체적으로 편모가 존재하는 세균을 '주모균', 한쪽 끝에 두개 이상의 편모가 있는 '총모균', 아예 편모가 없는 세균을 '무모균' 이라고 부른답니다. 세균은 활주운동을 통해 운동하기도 하는데요. 활주운동이란 에너지를 소비해 생성된 동력으로 고체 표면 위를 이동하는 운동 형태예요. 편모가 없어도 활주운동성을 통해 동물의 피부나 조직, 또는 토양 및 해양 부착물 등의 표면을 이동할 수 있지요.
사람에게 발이 있듯, 세균에게는 '편모'가 있어 세균이 잘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답니다.
좋은 답변이 되었기 바라며, 오늘도 미미하고 소소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