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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Jan 07. 2024

책임

삶을 이어지게 하는 그것

살아가는 시간과 살아가는 것을 증언하는 시간이 있다. 또한 덜 자연스러우나 창조하는 시간도 있다. 나는 온몸으로 살아가고, 온 마음으로 증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까뮈의 에세이 "결혼"중에서.


내가 나를 팔아서라도 사고 싶었던 자유.

달무리 진 하늘을 바라보며 다짐했던 것들은 나를 소생시키기 위한 긍정적 작심은 아니었다.

소생이라는 역주행보다는 빠른 결말을 보고 싶었던 성급한 위로가 늘 앞섰다.

삶의 마지막 끝은 죽음이라는 변치 않는 진리만이 나를 유일하게 위로하는 결론이었다.


내 마음의 분노와 서운함과 좌절은 나를 빠르게 삼켰다.

십여 년의 결혼 생활이 남긴 것은 온전한 상처와 끊임없는 버팀과 그에 이은 좌절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나를 위해서는 감정도, 물질도, 시간도 함부로 소비하지 않았다. 나를 잊어야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으므로.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근거 없는 희망과 긍정으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 나는 내 안에서 요동치는 불안을 묶어놓았다. 꿈틀거리는 불안과 부정적 생각이 나를 흔들 때마다 나는 그보다 더한 힘으로 불안을 외면하고 부정하느라 애써왔다.  


하지만 불안은 나를 이겼다.


힘이 빠졌다.

빠져나간 의지들 사이로 무기력이 속속들이  들어찼다.

방향을 잃고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위태롭게 나는 망가져갔다.

술과 안정제 없이는 잠을 들 수 없었다.  무거운 우울감은 침대에서 나를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두 번의 비즈니스는 장사가 잘되었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늘 막판에 손해를 보고 정리하게 되었고, 따로 차린 남편의 사업도 소송이 얽힌 실패로 끝맺었다.

결국 미국에 와서 우리가 건진 건 거듭된 실패의 확인과  신기루처럼 사라진 돈과 시간이었다.

일로 비자를 연장할 수 없었던 우리가 택한 마지막 선택은 돈을 주고 스폰서를 찾아 취업영주권을 받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세금관련한 일로 IRS에서 문제가 생겼다.

좋은 동네에 마련했던 고급 콘도도, 자동차들도, 비즈니스도 다 잃어버리고 살던 집에서 나는 한 주 간격으로 고소장을 받아 들었다.

문 앞에는 전기가 끊어질 거라는 노티스와 각종 독촉장들이 날아들었다.

첫 비즈니스 이후 완전히 망하기까지 , 수중의 돈이 다 말라 붙을 때까지 그의 외도는 끊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나는 그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두 아이들의 존재도 그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모든 것이 없어지고, 세 개의 소송장을 받아 들었을 무렵,  십 년을 고대했던 그놈의 영주권이 나왔다.

그리고 그는 도망치듯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보내겠다고 했다.

그때 나는 시체와 다름없는 얼굴로 술과 안정제와 커피와 담배로 내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이었고, 살아도 산 게 아닌 시간들이었다.


그의 한국행 결정과 막판에 나온... 더 이상 의미 없는 영주권은 나에게 그나마의 숨통이라도 됐을까?

그를 매일 보지 않고 살 수 있단 사실이 나에게 그나마의 위로였을까?

아니면 이제 다 잃어버리고 나만 바라보는 우리 아이들이 나를 견디게 하는 희망이었을까?


그 어느 것에도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가 남기고 떠난 빚과, 파산절차와 , 이제 시작된 소송들과, 아이들만이 온전히 내 몫이었다.

자유를 갈망하던 나에겐 ,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갈망하던 나에게 온전히 남은것은…..

더한 무게로 나를 묶어둔 책임이었다.

마무리를 해야 하는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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