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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모니카 Apr 08. 2021

만남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를 걷다 우연히 들른 어느 카페에서


_ 만일...만일에 말이야 당신과 또 다른 당신,

       나와 너...한번 본 적 없는

_ 남남이라도 어디서 잠깐 스쳤다면

       아무 말이라도 한 마디 나눴다면 말이야

       그건 우연이 아니야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

       단 한 번이라도.



하루에 기본 2만보씩 걷다 보면 젊은 사람들도 지친다. 관절염으로 이 악물고 걸으신 엄마는 오죽할까. 무작정 떠난 순례, 처음 와 본 낯선 도시에서 성당을 찾아 나서는 일은 걷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게다가 화장실 찾기도, 물 한잔 얻어먹는 일도 어려웠다.


유난히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 나서자마자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겨우 찾아간 성당에선 미사가 없었다. 어쩌랴. 순례란 그 날 그날 주어진 길을 걷는 것인 걸. 우리는 잠시 멈췄다. 길 가에 아무 카페로 들어갔다. 세상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들이켰다. 쓴 맛조차 달달했던 커피.


우리의 기억 속에 밀라노는 밀라노 대성당도 광장을 수놓은 비둘기 떼도 아닌 우연히 만난 이 날의 커피 한 잔이었다.


photo by Luc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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