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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Sep 17. 2021

마당 워터파크 개장!

전원주택의 여름


자려고 누워 창문을 열었는데,

개구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그러면 그 순간

아, 여름이 오고 있네, 라고 실감합니다.

마당에서 바베큐를 하면 모기가 오기 시작하고,

​정원에 잡초가 쑥쑥 자라고,

마당의 보리수는 보석을 머금고 있는 듯 아름다워지죠.


그렇게 여름이 시작됩니다.


텃밭의 절정 여름엔 몇걸음만 걸어도 상추와 고추, 깻잎을 한아름 딸 수 있고,


주렁주렁 달린 방울토마토만 봐도 싱그러움이 한도 초과예요.


올해 텃밭에 처음으로 시도해 본 감자는 몇 박스가 나올 정도로 뿌듯한 수확을 안겨주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있어서인지

확실히 계절의 변화를 바로 느낄 수 있어요.



그거 아세요?

천막같은 인공적 그늘보다

나무 그늘이 훨씬 시원하다는 사실!


작년 여름을 이 곳에서 겪어보고 알았지요.

아무리 선쉐이드로 햇살을 가려도, 벚나무 그늘이 제일 시원하다는 걸요.


참, 자연은 신기하고 고마운 것 투성이입니다.



계속 비가 오다가  화창해지고 햇볕이 뜨거워지면,

마당 워터파크를 개장해야할 시기입니다.

수영장에 물만 받아줘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아요.


저는 옆에 에어베드를 펴고 앉아 여름 과일을 먹으며 이 더운 날을 즐깁니다.


아이들이랑 아빠랑 수영장에서 노는 주말에는

옆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하면서 여유를 즐기죠. 언제 아이들이 나온다고 할 지 몰라서 5분 대기조로 있어도, 아이들 웃으며 노는 모습만 봐도 여유로운 여름날입니다.



초당옥수수가 나오면 마당에 나가 피어나는 수국을 바라보며 먹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블루베리를 잔뜩 따서,

블루베리 콩포트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몇 개 가져다가

초간단 여름 장아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잘 익었나 오이 한 개 베어 물어보면,​

아삭아삭 달콤짭짤한 여름의 맛이 느껴집니다.


​저의 여름 정원은 백합이 절정을 만들어 줍니다.

백합의 향기가 이리도 멀리 퍼지는 지,

이렇게 여름 바람과 함께 어우러져 황홀한 향기를 선사해주는 지,

작년에 이사오고 나서 처음 알았어요.

이웃집 마당을 지날 때마다 행복하게 해주는 향기에 저도 바로 꽃집에 가서 모종을 사다 심었거든요. 그 백합이 겨울을 잘 보내고 다시 꽃을 피워 주었습니다.

작년의 그 자리에서 더 풍성한 꽃을 말이죠.

그마저도 감사한, 멋진 여름의 이벤트가 되어 줍니다.



여름의 절정,

아침부터 더운 주말에는

마당으로 나갑니다.


집 안 보다 확실히, 마당이 시원하거든요.


아파트에 살 때는 공식처럼 여름엔 에어컨이었는데,

​전원주택으로 이사오고부터는​ 최대한 화학제품은 줄이고, 에어컨은 안 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저는 어릴때부터 도시에서만 살아서 편리하고 깨끗한 게 당연하고 가치있고 좋은 걸로만 여겼었는데,

​몸이 힘들고 불편한 것이, 흙과 함께하는 어쩌면 조금 더럽게 느껴지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걸 요즘에야 배우고 있습니다.

당연히 건강한 줄 알았는데,

건강이 최고라는 것도

이제야 알고 있죠.

그래서

여름엔

좀 덥고,

땀을 흘리고,

참아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뭐든 쉽게 얻을 수 없더라고요.

그냥 당연한 줄 알았던, 제 옆에 있던 것들은

사실, 운이 좋았던 거였죠.​​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고

시련을 겪고 나서야,

이제야 배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해요.

​​


그래서 작년과 올해,

저에게 여름은,

마당입니다.


매미 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기고,

정원 잡초를 뽑으며 땀을 흘리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땀을 식히고,

그렇게 우리의 여름날이 익어갑니다.


어른들이 가끔 그러시잖아요.

“지금은 아이들 어려서 힘들지? 지나 봐.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야.”, 라고요.


이 여름날이 제 인생에서도 가장 반짝 거렸던 순간으로 기억 되겠죠. 건강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 될 우리의 여름날로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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