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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Sep 18. 2021

이번엔 마당 단풍놀이다!

전원주택의 가을



햇빛은 내리쬐는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꽤 선선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이 가을의 시작입니다.


올해도 그걸 느꼈는데, 신기하게도 딱 그 날이 입추더라고요.


어제와 오늘의 일상은 비슷한데

가을이 또 알아서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어제와 오늘의 더위는 비슷한 거 같은데,

가을의 문턱을 넘으면 확실히 바람부터 서늘해집니다.


자려고 누우면 창 밖에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새벽녘엔 이불을 끌어 당기게 되는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앞 산의 밤송이들이 갈색옷을 입고 있어요.

바람이 많이 불고 난 다음 날,

동네 어귀에는 밤송이들이 여러 개 떨어졌습니다.


가을은 산책을 부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동네 근처 해바라기밭에 산책을 다녀왔어요.

해가 조금씩 짧아지는 걸 느낍니다. 퇴근 후 서두르지 않으면 마당은 이미 캄캄해져있죠.

짧아져만 가는 저녁 시간이 아까워지는 가을입니다.


입추 무렵, 여름 꽃들이 안녕을 고하고 휑해져가는 정원을 두고 볼 수가 없어, 서둘러 가을에 볼 수 있는 꽃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정원 여기저기에 심었어요.

봄부터 심었어야 하는 천일홍은 서리내리기 전까지는 꽃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이제라도 심어 보았고, 가을 국화 여러 종류랑 아스타 모종을 심었습니다. 황하 코스모스는 씨를 뿌렸죠.

천일홍
아스타
코스모스

심을 때만해도 초록초록하니 풀인지 꽃인지 알 수 없는 형태였는데, 며칠 전 살펴보니 어느덧 키가 쑤욱, 자라 꽃봉오리가 맺혀 있네요.

조금 있으면 이 꽃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두근두근해집니다. 심어 놓은 꽃이 잘 자라서 꽃망울을 보여주는 순간, 그 감동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아직 2년차인 초보 정원가라 사고 싶은 꽃을 사다 심는다고 다 잘자라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 가을이 깊지 않아, 작년의 가을을 추억해 봅니다.

국화를 사다 심어줬던 작년의 가을 정원과


거실창 뷰가 은행나무로 바뀐 순간입니다.

비슷한 초록색으로 보이던 나무들이 다른 색을 내기 시작하는 가을. 거실창 밖으로 보이던 나무가 은행나무라는 걸 가을이 되어 실감했습니다.

동네 어귀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구나,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사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자신의 위용을 뽐냈습니다.



우리집 앞에 대추나무가 있다는 것도 가을 무렵에 알았어요.

이렇게 탐스럽고 달큰한 대추를 잔뜩 수확했거든요.


벚꽃이 피고나서야 벚나무를 제대로 알게 되고, 은행나무도 은행잎이 노랗게 변하고나서야 그 위용을 실감했으며, 대추나무도 대추가 주렁주렁 달릴 즈음에야 마당에 대추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렇게 뒤늦게 나무들과 인사하게 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나무들도 저마다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시기가 꼭 한번은 있다는 것이었죠. 꽃도 다 다른 시기에 피고 지는 것처럼, 나무도 그 나무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더군요.


일년에 한 번은
가장 풍성하고,
가장 확실한 색을 보여주는
자신만의 때가 존재합니다.

우리도 그런 게 아닐까요?


벚꽃이 지면 영산홍의 계절이 찾아오는 것처럼,

은행나무가 노오랗게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것처럼,

우리가 가장 반짝이고 아름다울 날들이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찾아 올거라 믿습니다.



작년의 마당 단풍놀이


올해는 마당 단풍놀이와 더불어 마당 코스모스 꽃놀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 날만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봄과 여름이 그랬던 것처럼 이 계절도 금세 지나가겠죠.  (아이들은 부쩍 커 버리고요.)


집 안은 늘 비슷하지만

집 밖은 매 계절, 매 순간 달라집니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연에 게으름 피우지 말고,

집 밖의 풍경들을 더 즐겨봐야 겠어요.


가을,

마당을 즐기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거든요.



아름다운,

그리고 아름다울,

이 가을.


그곳에서

여러분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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