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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May 01. 2024

그림책 독후 활동이 꼭 필요할까요?

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장미 저택_ 김지안 작가의 신작이 나와서 얼른 구입한 그림책입니다. 튤립 호텔의 멧밭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이번에는 멍멍씨가 보낸 편지를 받고 미미씨의  장미 저택으로 향하게 되는데요. 멧밭쥐들은 위기에 빠진 장미 저택을 도울 수 있을까요? 튤립 호텔처럼 가을에 시작해서, 겨울을 거쳐 봄 정원의 풍경이 아주 멋지게 표현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즐겁게 읽었어요. 마지막에 삽을 찾는 손님이 자꾸 작은 그림으로 등장하는데 그 등장인물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도 꽤 재미있더라고요.

 이 그림책에서 저는

 ‘어떤 향기는 기억을 되살려 준답니다.’

 ‘그리운 향기는 굳게 닫힌 마음까지 열 수 있을지 모르지요.’

 이 구절이 참 좋았답니다. 아이들에게 읽어 주다가 잠시 멈추고 “크으~”, 하며 감탄을 했답니다.


2. 질투는 아웃, 야구 장갑!_ 유설화 작가의 시리즈 그림책 신작이 나왔습니다. 다양한 장갑 친구들에 이번에는 ‘발가락 양말’이 등장인물로 추가되었는데, 다른 장갑 친구들은 “양말 아니야?”로 수근댑니다. 그러자 발가락 양말은 “아빠는 양말이고, 엄마는 장갑이”라는 말로 아이들을 수긍하게 만들어요. 자신감 넘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발가락 양말은 전학 첫날부터 친구들의 인기를 얻는데, 이때 질투를 하는 야구 장갑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를 멈추고, 발가락 양말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 이 그림책에는 수군대다, 다그치듯 묻다, 입을 삐죽거리다, 불쑥 끼어들다, 노려보다 등 아이들이 익혀야할 다양한 어휘가 등장해 어휘력이나 통사적인 감각을 키우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요즘 야구를 좋아해, 찌자매도 자연스럽게 생긴 배경지식이 쌓였는지, 그림책 속 야구 경기의 룰을 잘 알고 이해하더라고요. 이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 그림책 독후 활동이 꼭 필요할까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총회를 하고나서 어머님들께 그림책 관련된 질문을 여러 개 받았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문해력 관련 공부를 하고,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겠다고 말하니 평소에 가지고 계셨던 그림책에 관련된 궁금증들을 질문하셨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시간으로 이어져 여러 어머님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중에 한 분께서 이런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선생님, 인스타그램보면 엄마들도 독후 활동을 많이들 하시던데, 그림책 읽고 독후 활동을 꼭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사실 그림책 육아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많이들 궁금하셨을 이야기 같아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독후 활동 관련 이야기나 영상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출판사들도 그림책을 출판할 때,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는 학습지들도 함께 만들어 홈페이지에 업로드를 하는 경우도 많지요.


 과연 그림책 독후 활동이 꼭 필요할까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말하시더라고요. 그림책만 읽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들이 독후 활동을 좋아한다고 말이지요. 그래서 유아나 저학년이라면 그림책에 관련된 미술 활동을 많이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물고기 그림책을 읽으면 물고기 도안에 반짝거리는 스티커를 붙이고 색칠을 하거나, 가을 관련 그림책을 읽으면 낙엽을 모아와 종이에 붙이고 꾸미는 미술 활동들 말이지요. 물론,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런 활동들을 보통은 좋아할 겁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구체적인 조작활동을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물음은 ‘독후 활동의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보통 미술 활동으로 이어지는 그림책 독후 활동은 관련된 그림책과 소재는 같이할 수 있어도 주제는 포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후 활동으로 보통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림책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나 동기일 것입니다.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흥미가 생겨서 그림책을 계속 찾으면 다행인데, 미술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매번 이어지는 독후 활동으로 그림책을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여기에는 독후 활동을 꼭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몫 하지요. 올해 33명의 1학년을 가르치다보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미술 활동을 진행하더라도 10%의 친구들은 “너무 힘들어요.”, “그만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부모님들의 입장을 생각해볼까요? 독후 활동을 열심히 만드시는 분들은 아이들이 이 활동에 참여하길 바라실 겁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주객이 전도되어 그림책보다도 아이들이 열심히 독후 활동에 참여하고, 만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독후 활동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부모님들은 그림책과 알맞은 독후 활동지를 찾고, 다운받아 출력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으실 겁니다.


 저는 1학년 저희 반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그림책을 한 권씩 읽어 줍니다. 표지부터 제목과 그림, 작가와 옮긴이, 출판사를 살펴봅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 장씩 읽어주는데, 아이들은 교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림을 열심히 읽더라고요. 제가 발견하지 못한 복선을 그림으로 발견하는 아이나 작가의 전작 캐릭터들을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발견하며 아이들은 즐거워 합니다. 책을 읽으며 필요한 경우, 중간 중간 아이들이 생각을 할 만한 질문들을 던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니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요. 작가나 작품에 관한 히스토리나 작가의 의도같은 것은 아이들에게 중간 중간 힌트를 주며 추리를 해나가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그림 프레임이 커지고 작아지는 효과라든지,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색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어린 시절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대비되는 <회전 목마>의 다채로운 색감같은 것 말이지요.


 오늘은 <튤립 호텔>을 읽었는데,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 튤립 호텔을 만들거나 그려보라고 했으면 아이들은 즐거워하는 아이 반, 힘들어하고 지겨워하는 아이 반으로 나뉘었을 겁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느낀점이나 자신의 경험과 그림책을 비교하며 발표를 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다들 즐거워 하더라고요. 저나 아이들 모두 부담을 내려놓고 그냥 그 순간을 즐깁니다. 물론 준비하는 교사는 그림책의 주제에 맞는 질문, 아이들이 단답형으로 대답하지 않는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조금씩 아이들의 생각이 자라나는 것이 보이고, 모두가 즐겁게 그림책 시간에 몰두하는 것이 느껴져 뿌듯하답니다. 제가 그림책을 읽어 줄 때 한 명도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고요하게 그림책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때 얼마나 황홀하던지요.


 가끔은 그림책을 읽고 나서 미술 활동을 하는 것도 주제에 맞다면 충분히 좋은 독후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번, 매 그림책 뒤에 무조건 필수로 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림책 육아를 하시는 부모님이나 그림책 교육을 하시는 선생님들께서 그림책 독후 활동을 하실 때 꼭 기억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연 이 활동을 끝낸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남는가?’하는 것인데요. 이 물음을 늘 간직하고 계시다면, 독후 활동을 하시더라도 즐거움 혹은 지겨움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림책의 주제를 찾아가는 유의미한 활동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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