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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May 13. 2024

좋은 가정의 문해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수박씨를 삼켰어!_ 수박이 슬슬 나오기 시작하는 지금 계절에 아이와 읽으면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 귀엽고 심플한 캐릭터와 단순하면서도 눈에 확 띄는 색감이 아이들을 사로잡습니다.


  이야기도 단순하지만 아이들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귀여운 상상이 펼쳐지거든요. 그것은 바로 수박씨를 삼켜서 배 속에서 씨가 자라면 어쩌지, 하는 상상이지요. 수박을 좋아하는 악어는 수박씨를 삼키고, 두려운 상상들을 하지만 다행히 트림을 하는 중에 수박씨가 튀어 나옵니다. 다시는 안 먹겠다고 하는 악어는 수박을 또 먹어버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데요. 왜 그럴까, 아이랑 대화하면서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도 너무 좋은 그림책이었어요.


 둘찌는 이 그림책을 읽고 수박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얼마전 첫 수박을 다같이 먹어보았어요. 그러면서 수박을 좋아하는 이 악어를 생각하더라고요.


2. 태양 왕 수바_이 그림책도 위의 그림책과 같이 지금 계절에 아이와 읽으면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은 팥할멈은 태양 왕 수바를 우연히 만나 도와주게 되는데요. 태양을 비추어 하늘 나라의 생명을 보살피던 수바가 둘 머리 용의 계략에 빠져 날개를 잃어버립니다. 수바가 원하는대로 팥할멈은 제사를 지내는 등 수바를 도와주게 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최고지만, 말놀이하듯 팥할멈과 수박의 대화가 이어지는 부분과 수박이 생기게 된 전설, 그리고 수박을 두드리는 이유까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예요.



* 가정의 좋은 문해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제 오랜 취미는 독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책을 소장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비밀이지만,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에 안 읽은 책도 꽤 되거든요.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지금도 흐뭇하게 바라보고만 있는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한동안은 이런 것이 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TV에서 한 작가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책은 원래 소장한 것 중에서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때 얼마나 힘을 얻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거실 전면 책장도 꽂을 자리가 없어 두 줄로 꽂는 일이 생겨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으로 대체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뭐 그리 쉽게 바뀌나요?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책을 구입하는 일이고, 특히나 소장용 그림책을 구입하는 일이랍니다. 이 소장하는 그림책들은 우리 아이들도 읽지만, 학교로 가져가 아이들에게도 읽어 줍니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합리화를 하며 구입하지요.

 경제적으로, 미니멀라이프라는 가치관으로, 나무를 보호한다는 의미로 책 구매를 꺼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압니다. 하지만 사실 책을 소장한다는 것은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우선, 아이가 영아라면 집에 책을 소장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물고, 빨고, 만지고, 냄새를 맡는 등 오감을 이용해 책의 개념을 형성해 나가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마음대로 내 책을 가지고 노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지요. 아무래도 이 시기 대여를 하신다면, 아이 손에 책을 쥐어주시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혹시나 책을 훼손할까봐 걱정이 되니까요.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훼손할까봐 눈을 떼지 못하고, 제가 책장을 넘겨주거나 꺼내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 영아시기의 아이를 키울 때에는 대여는 거의 하지 않고 구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책을 가지고 노는 일을 보는 것에서 제 마음도 더욱 편해지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보드북을 사는 시기라면 적은 양이라도 소장하시기를 추천드려요.

 그리고 조금 큰 아이에게는 재미있게 읽다가 반납해야 하는 것 말고, 집에서 내내 두고, 아무때나 읽을 수 있는 내 책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내 것이라 뭔가 더 편안하고, 아무 때고 생각날 때 꺼내서 만져보고, 펼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의 매력에 더 빠져들 수 있습니다. 밑줄 긋고 싶을 때나 무언가 메모를 하고 싶을 때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고, 책장을 꽉 눌러서 읽는 것도 가능하죠. 뭔가 작지만, 진짜 내 것을 가진 느낌이 듭니다.

 얼마 전 둘찌가 <문어 목욕탕> 그림책을 빌려 보다 반납했을 때, 며칠 뒤 다시 읽고 싶다고 찾았던 적이 있어요. “다시 빌려 줄게.”하는 말에 “지금 딱 보고 싶었단 말이야.”하며 기운이 빠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입을 해주었어요. 그림책이 도착해서 다시 읽던 날, “또 반납해야 해?”하길래, “아냐, 네 책이야.”했더니 정말 좋아하며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꺼내서 소중하게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년 초기 문해력 개별화 지도를 하면서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좋아하던 그림책을 한 권씩 선물로 주었을 때 아이들이 처음으로 내 책이 생겼다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몇 년전에 온작품읽기 수업으로 30명 가량의 5학년 친구들에게 모두 <푸른 사자 와니니>라는 책을 사준 경험이 있습니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지 않던 아이들이 오히려 참 좋아하더라고요. 집에 자신의 책이 없었는데, 새 책이 생겼다면서 좋아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진짜 저 주시는 거냐며여러 번 반문하던 친구도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에서 복권으로 비치된 책을 함께 읽었을 때보다 오히려 책을 사주고 나니 아이들이 소중하게 책을 열심히 읽어 나갔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책을 소장하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이것은 비단 제 경험으로만 말씀드리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학문적으로도 가정의 좋은 문해 환경이 초기 문해력 시기의 아동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가 계속 회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해력의 세계에 ‘발생적 문해력’ 개념이 대두된 이후, 사람들은 공식적인 문해 교육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가정에서 문해력의 뿌리가 자라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물이 흙 위로 자라기 전에 뿌리부터 먼저 형성되는 것처럼 문해력도 그렇다는 것인데요. 이 바탕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으면 공식적인 문해 교육이 실시된 후에 아이들의 문해력 발달에 격차가 생기고, 그 격차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 결론입니다. 그리고 이 문해력의 뿌리 중 하나가 가정에 구비되어 있는 여러 인쇄물을 통해 활자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정의 문해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알고, 실제로 좋은 가정 문해 환경 조성에 많은 힘을 써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정의 문해환경 조성에 부모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Lesley Mandel Morrow <영유아 문해 발달과 교육> 책에서 소개를 해 드리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아이의 문해력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님들께서는 가정의 문해 환경 조성을 꼭 신경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동 도서는 자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비치되어야 한다. 자녀를 위한 작은 도서관을 꾸며도 좋다. (중략) 집 곳곳에 책이 널려 있는 것이 좋은데 부엌, 침실, 욕실처럼 유아가 지내는 시간이 많은 곳에는 책이 있어야 한다. 놀이방이 따로 있다면 이 방에도 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기는 아기 때도 아기 침대나 놀이방에 책을 가져다 놓고 심지어 욕조에도 방수처리된 책을 준비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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