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7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식빵 유령_ 언제부터인지 식빵에 살고 있는 유령과 고양이의 우정을 담은 그림책이랍니다. 식빵 유령에게는 고양이가 처음에는 주변을 어지르고 말썽을 부리는 싫고 귀찮은 존재였습니다. 어쩌다 쥐를 내쫓아주면서 고마운 마음도 생기고, 점점 오지 않으면 걱정이 되지요.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만난 고양이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식빵 유령을 찾아오게 되는데요… 이 그림책은 관계의 시작과 나아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어요. tmi하나 보태자면, 이 그림책 속 식탁 풍경에서 우리집에 있는 커트러리와 컵 등이 많이 등장하여 둘찌가 “엄마 이거 우리집에 있다!”하면서 게속 이야기 하는데, 작가님 취향과 겹치는 걸까요?
2. 미용실에 간 사자_ 브리타 테큰트럽의 그림책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추천드립니다! 구멍이 뚫려 있는 부분이 책장마다 등장하여 사자의 얼굴이 보이고, 헤어스타일이 계속 바뀌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미용실에 간 사자가 자신에게 맞는 헤어스타일을 찾는 그림책인데, 구멍이 뚫린 보드북이기도 하고 내용과 구성도 영유아들이 참 좋아한답니다.
*그림책으로 세상을 먼저 만나 볼까요?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날 밤, 둘째와 함께 <비행기 타고 떠나는 여행>을 읽었어요. 그랬더니 둘째 아이가 처음 가보는 공항과 비행기에 대해 덜 두려워했습니다. 이제 짐을 부치는 건지, 비행기를 타러 가는지, 아이가 어제 읽었던 그림책의 내용을 떠올리고 저에게 알려 주기도 했어요. “엄마 다음에 검사를 하는 거 아니예요?”하면서요. 이렇게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진짜’ 삶에서 체험하고 마주치기 전에 그림책으로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새로 만나야 할까요? 아이들은 커가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계속 적응해야 합니다. 태어난 뒤 가족들에게 조금 익숙해졌을 즈음 동생이 태어나기도 하고, 집의 규칙에 적응했을 즈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규칙에 익숙해져야 하지요. 어른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 이미 자연스럽고 익숙해진 그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낯설고 어려운 것인지를 우리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큰 아이 때부터 무언가 새로 만날 때 그림책으로 미리 상황을 소개해 주었어요. 중요한 시기마다 함께 읽었던 그림책들은 바로 변기와 친해지기 전에 <똥이 풍덩!>(여자 주인공 버전과 남자 주인공 버전이 따로 있어 더 좋아요.), 어린이집 가기 전에 <야호! 신나는 어린이집>, 동생을 만나기 전에 <동생은 내가 좋은가 봐요.>와 <조금만>이랍니다.
이런 그림책들을 아이들과 읽으며, 그림책 속 주인공의 상황과 낯선 어려움에 공감해보고, 주인공이 한 것처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 아이가 가능할까?’ 싶었던 ‘기저귀 떼기’, ‘어린이집 적응하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기’ 등의 삶의 새롭고 낯선 국면들에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아이를 보며 이렇게 ‘미리 느껴보는’ 그림책 읽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나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그림책으로 경험해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인생에서 꼭 필요한 ‘공감’이 자라기 때문이에요. 주인공이 움직이는 장면을 읽으면 실제로 뇌의 운동 뉴런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우리가 이야기를 ‘집중해서’ 읽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등장인물의 느낌과 행동을 실제로 해 본 것처럼 공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경험하지 못한 세계와 시대를 가로질러 책 속 인물들을 ’공감‘하며 만나고, 그래야 실생활에서도 나와 다른 타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멋진 사람으로 자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우리 삶의 새로운 일들을 미리 안전하게 만나보고,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일들도 실제처럼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역시 우리 인생에서 그림책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 함께 그림책 읽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을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