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의 4월

마당 벚꽃놀이가 끝나도 봄의 호사는 계속 된다.

by 릴리포레relifore

브런치에 여러 번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만, 저희 집의 자랑 거리 중의 하나는 마당에 있는 벚나무 입니다.

해마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마당에 있는 커다란 벚나무 덕에 호사스럽고 프라이빗한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지요.

벚나무의 꽃이 만개했다면,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기 전까지만 즐길 수 있는, 찰나와도 같은 순간을 마음껏 누려야 합니다. 그럴 때면 주변 지인들을 발빠르게 초대하게 되는데요. 손님을 초대해서 음악을 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면, 이 곳이 정말 멋진 풍경을 가진 넓은 카페나 어느 미술관 야외 정원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연히, 운명처럼 이렇게 이 집을 만나게 된 것에 여전히 감사한 마음이 들죠.


그렇게 찰나와도 같은, 호사스럽게 아름다운 순간을 떠나 보낼 즈음엔, 잠시지만 또 다른 아름다운 장면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벚꽃이 지는 얼마간은 바람따라 내리는 꽃비에, 마당이 꽃잎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 아름다워 지거든요.

흩날리는 꽃잎들이 일부러 마당 이곳 저곳을 걷고 싶게 만들어요. 그렇게 잠시 뿐인 꽃잎 카페트 위의 산책을 마음껏 즐겨 봅니다.


그러자면, 이제부터는 정원 곳곳의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바쁘게 출근을 하다가 잠깐 눈길이 머무는 자리에, 무스카리가 올망졸망 피어났습니다. 튤립과 바람꽃, 금낭화도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 겹수선화가 있었네요? 가끔씩 일년에 한 번 얼굴을 보여주는 꽃들이라, 사실 어디에 무슨 꽃이 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역시 초보 가드너는 어쩔 수 없지요. 그런데 4년차임에도 초보라는 것이 가끔은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질리지 않게 천천히 부수적으로 얻은 가드너라는 이 길을 즐겨 보려고 합니다.

어느새 커다란 화분에는 하얀 사과꽃이 탐스럽게 피었습니다. 사과꽃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사과나무를 키우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황홀하고 달콤한 향기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렇게 만개했을 때는 오가며 꽃에 코를 박고 그 향기에 취해 봅니다.(물론, 근처에서 꿀을 빨고 있는 벌들은 조심해야 합니다만.) 어떠한 디퓨저나 향수도 따라올 수 없는 그 사과꽃의 진짜 향기란.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고 생각해요. 모르시는 분들께는 저 향기를 직접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자고 있는 텃밭도 깨워야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몇 주 전 퇴비를 주고 갈아 엎어두었던 텃밭에 멀칭을 하고, 감자를 심었어요.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씨감자를 하나씩 넣어 심었는데, 언제 저렇게 컸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곳에 처음 이사를 왔을 때만 해도 정말 작은 손이었는데 말이예요. 마당의 벚나무가 커진 만큼, 우리 아이들도 쑥쑥 자랐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상추, 오이, 고추, 방울 토마토, 깻잎 모종을 심었어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싱싱하고 야들야들한 우리집 텃밭의 상추를 맛볼 수 있겠네요.


주중에는 정원을 제대로 쳐다 볼 여유도 없는 워킹맘이지만, 주말에는 정신차리고 정원을 돌보려고 노력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쇠뜨기와 같은 잡초들이 쑥쑥 자라고 있어요.

아이들과 손을 걷어붙이고 잡초를 뽑고 모종으로 사둔 꽃들을 심었어요. 저번에 심어 두었던 글라디올러스 구근에서 삐죽이 싹이 올라왔습니다. 구근을 심어두고, 물을 준 것 뿐인데 알아서 잘 자라주다니 참 신기해요. 올 여름에도 예쁜 글라디올러스 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작년까지는 정원에 탐스럽게 작약이 피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키가 아주 커졌더라고요.

꽃망울도 네다섯개 맺혀 있는 것을 보니, 조만간 그 예쁜 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올 봄 정원에서 가장 고대하고 있는 꽃이라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다치지 않게 하려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오늘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휘청거리는 작약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되곤 했어요. 부디, 잘 자라서 커다랗고 겹겹이 예쁜 꽃을 보여주길 바래봅니다.


한편, 씨앗부터 키웠던 스토크는 이제야 한창입니다.

올해는 가드너의 탓인지 작년처럼 키가 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탐스럽게 꽃을 피워 주었습니다. 스토크를 한 데 모아 심은 덕에 정원의 큰 부분이 겹겹이 핀 스토크 꽃의 자태로 가득하게 되었어요. 스토크 꽃의 청초하면서도 풍성한 자태와 그 탁월한 향기가 요즘 정원에서의 가장 큰 기쁨이자 즐거움입니다.


이렇게 전원주택에서의 4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주중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정원을 돌보지 못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꽃을 피워주는 다양한 꽃들 덕에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더 크고 탐스러워진 꽃도 있고, 작년보다 조금은 볼품없게 자란 꽃들도 있지만 이 계절에, 이 순간에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워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 덕에 전원주택에서의 큰 즐거움인 정원을 올해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틈날 때마다 물도 줘야하고, 잡초도 뽑아줘야 하고, 텃밭에 모종도 심어야 하는 바쁜 시기지만, 지금이 사실 전원주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기거든요.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마당을 제일 잘 즐길 수 있는 시기. 마당에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책을 읽으며 이 좋은 시기에 어울리는 즐거운 날들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5월과 6월에 더 행복한 날들을 맞이할 수 있게 부지런히 정원과 텃밭에서 할 일들을 해봐야겠죠. 그렇게 정원사로 농부로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또 그만큼의 즐거움들을 정원과 텃밭에서 맞이할 수 있을테니, 그 날들을 준비하고 또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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