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곰치국을 끓였어. 아빠가 엄청 좋아하셨는데. 나도 곰치국이 좋아. 어렸을 땐 동해바다 옆에 사니까 정말 많이 먹었었는데.
곰치는 못생겨서 예전엔 어부들이 이걸 잡으면 버렸었대.((( 생선도 외모를 따지는 드러운 세상..)))그렇지만 곰치를 맛본 사람은 한번 빠지면 이 맛에 정들지.
우리가 곰치라고 부르는 생선은 꼼치류인데, 꼼치류에는 물메기, 미거지, 꼼치가 속해 있어. 다 친구야. 맛도 비슷해.
[출처- 해양수산부]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쓴 어류학 서적인 '자산어보'에 물메기를 '미역어'라고 표현하면서 "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적혀 있대. 아마 꼼치류 생선이 미끌미끌한 부분이 있어서 미역어라고 했나 봐. 그리고 정약전은 술을 많이 마셨나 봐.
곰치국은 생선으로 끓이는 국 중 난이도 최하야. 그 정도로 간단하고, 순서를 꼭 지키지 않아도 그냥 곰치만 들어가면 다 해결돼.
자 이제부터 추억의 곰치국을 발로 끓이는 법을 언니만의 방식으로 설명해 줄게.
[곰치국]
1. 물 1.3l에 멸치 육수코인 두 알을 넣고 물을 끓여(물 양은 대강 잡아도 돼. 물이 많으면 간을 더하고 물이 적으면 간을 덜하면 되니까 물 양을 신경 쓰지 마. 육수코인은 물이 얼마 든 그냥 두 알 넣어도 돼).
2. 육수 물을 끓이는 와중에 그냥 다른 재료를 준비해. 양파 반 개와 대파 서너 개, 무를 조금 잘라서 넣고 마늘 한 숟갈을 넣어. 마늘은 없으면 생략해도 됨.
재료는 그냥 준비되는 대로 순서 상관없이 육수에 넣어. 파도 고명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연이므로 그냥 다 푹 끓여도 돼.
☞ 집에 무가 없으면 알타리 무나 무김치의 무를 잘라서 넣어줘도 됨.
3. 집에 신김치가 있으면 한주먹 반을 넣어줘.
4. 국간장 3 숟갈(간을 보면서 국간장을 더 추가하거나 꽃소금으로 모자라는 간을 맞춤).
5. 손질된 곰치를 씻어서 넣고 5분 중강불로 끓임.
★ 곰치국은 절대 저으면 안 됨. 곰치살이 연해서 풀어헤쳐짐.
곰치는 어디서 사는지 궁금하지? 엄마는 재래시장에서 사셨고, 나는 그냥 쇼핑몰에서 주문.
내가 주문하는 곳이 있는데 손질을 다 해주고 만족스러워서 오늘 곰치국거리도 여기서 주문했어.
(((광고 아님. 사장님과 모르는 사이임)))
요즘 김장철이라서 새 김치가 생기고 기존에 먹던 김치는 남잖아. 그럼 기존에 먹던 김치로는 곰치국을 끓이면 좋을 거 같아.
나는 엄마한테 김장김치 받은 날 현미밥에 김치와 굴만 가지고 식사를 했어. 그리고 김치통을 정리해서 묵은 김치들은 들기름묵은지 볶음을 하거나 이렇게 곰치국을 끓이거나 활용하고 있어.
너도 곰치국 맛있게 끓여봐!
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가 되었어. 어제는 사무실에서 집까지 일부러 걸어왔어. 걸어오면서 랜덤으로 노래를 듣다가 이소라의 '바람이 부네요'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어. 그런데 갱년긴가...눈물이 나더라?
세상엔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마주 봐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잡아요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어제 재판이 여러 개 있었는데, 피고인들 모두 구속이 자명한 사건들이었어.
불구속으로 재판받는 사람들이었지만 돈을 갚지 못하면 구속이 될 텐데, 피해자도 안 됐고 돈을 갚지 못하게 된 사정을 접한 나는 피고인도 안 됐고 다 안타까웠어. 피고인들에게 선고기일을 알려주면서 이 날 꼭 출석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마음이 안 좋았어. 그날이 어떤 날인지 아니까.
남한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을 변론했다고 그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도 공감받지 못하는 그런 직업이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일이 없이 행복하고 평온하기를 소망한다고 생각해. 그런 소망과 달리 삶이 그렇지 못하고 인생에 차가운 바람이 불게 된 사람, 고작 "춥지 않나요."라고 묻는 것이 우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소소하게 마음 아파.
아침에 엄마한테 칭찬받으려고 곰치국 끓인 사진을 보냈다가 엄마의 맞춤법 틀린 다정한 답을 받았어. 엄마는 어떤 말을 해도 어떤 사진을 보내도 아빠만 생각나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