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기 고구마 구조기

(보람있구마)

by 몬스테라

같은 사무실에 친한 변호사님 방에 놀러 갔는데


창문에 고구마를 키우고 있었다.


고구마 키우냐고 물어보니,


먹으려고 하다가 때를 놓쳤다고 했다.


고구마를 신문지에 싸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삶은 고구마가 되는데,


그렇게 먹으려고 방에 둔 고구마가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고구마가 탐이 나서, 내가 가져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그 변호사님은 매우 흔쾌히 고구마를 나에게 양도했고,


나는 사무실에서 비닐을 구해 고구마 싹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집으로 들고 왔다.


싹이 난 줄기가 끊어질까 봐 신생아 안듯 안고.


일단 집에 하루 두고 감상을 했다.




그릇에 물을 넣고 고구마를 담아 놓으니


흐뭇했다.


세상에..

이렇게 싹까지 다 틔워서 나에게 오다니!









먹히지 않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 고구마들의 양육환경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우리 집보다는 자연이, 흙이 좋겠지.


나는 주말농장 텃밭에 채소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곳에 이 고구마를 심기로 결정했다.





처음 옮겨 심었을 때는

머리끄덩이만 밖에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렇게 흙속에 묻어두고 집에 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 온 그 고구마는 정말 훌륭한 고구마였다.






불과 일주일 만에 이렇게 잘 성장한 것이다.


이제 그 땅에 자리 잡고 요양을 시작했다.


건강을 회복하고


출산 계획을 세우겠지.
















그다음 주에 갔을 때에는 잎이 드디어 초록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완전히 자리 잡은 것 같다.


고구마야, 여기가 이제 너의 집이야.


여기서 아기 고구마도 낳고


마음껏 줄기를 뻗어가길.








계속 잘 자라준다면, 서리가 내리기 전에 고구마를 수확할 계획이다. 수확하면 고구마 2개에 이자 고구마를 붙여 그 변호사님께 돌려 드릴 것이다. 수확량이 많다면 동료 변호사들에게 증여할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내일 밭에 가서 고구마를 만난다.

안녕? 잘 지냈니 고구마야!


sticker sticker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강제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다- 사회봉사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