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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고메리 Sep 11. 2023

16화 꿈이 있다면, 조앤롤링처럼.

자는 아기옆에 상을 펴고, 책을 펴요. 그렇게 시작해 보는 거야.

  30대 후반에 들어설 무렵, 나는 다시 집에 있었다. 둘째를 안고!

첫째가 조금 커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2년 6개월을 일하고, 둘째아이가 태어난 후 여러 일들을 겪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집.     


  원래부터 사회생활에 큰 열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20대에 열심히 꿈을 향해 대학을 다니고,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중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험도 했다. 모든 노력들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것이었다. 처음의 꿈은 역사교사였으나 초등교사가 되는 것으로 진로를 변경하였다.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으나, 될 때까지 한 길을 꾸준히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30살이 되는 해에 갑자기 맥이 풀렸다. 몇 가지의 목표가 있었고 내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성취하자 또 다른 결승전이 나타나는 느낌.  산 너머 산이라고나 할까? 임용시험은 암기도 어려웠고, 실패의 경험을 하다 보니, 의지가 꺾였다. 한숨 돌리고 싶었다.     


  큰아들이었던 남편은 의지가 강하고 모든 것을 다 해줄 것 같았다. 든든해서 의지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몇년 동안 학교때문에 외지 생활을 하다보니, 멘탈이 약해졌다.

결혼을 해야겠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열심히 해보자. 주변에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해내는 언니들을 꽤 보았었다.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2~3년 안에는 다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그렇게 똑똑하지 못했다.  암기도 정말 못한다.

20대까지는 혼자몸이기 때문에 온전히 내 시간을 활용해서 ..살아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세상을, 시험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결혼을 하고 큰 아이를 낳고, 갑자기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다. 홀로 남겨진 친정아빠.

아이도 잘 키워야 하고.

모든 것을 다 해줄 것 같았던 남편은 회사일도 열심히 했다. 

일찍 출근을 하고 늦게 퇴근을 했다. 내가 모든 시간을 의지할 수가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나의 사고가, 나의 의지가 어렸다.

냉철하지가 못하고 정은 많고 효율적인 판단에 취약하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적어도 경력면에서는... 

경력을 제외하고는 다른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도 다른 것들도 점차 제 자리를 찾아갔다.     


  아기엄마로 살아가야 했다. 매일매일 부쩍 커가는 아이를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임용은 그냥 시험만 보았다. 매년 한여름의 더위가 꺾이면 그제서야 조금 공부하고 원서접수를 해보는 나태하게 출석만 이어가는 임용시험장.     


  33세의 봄, 어느 여성센터에서 주관하는 경력단절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앉아 있었다. 여성, 경력, 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끝에 계약직 영어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경력단절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몇 년이 흐른 후 다시금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큰 아이, 둘째 아이가 어릴 때 나는 자신감이 많이 하락해 있었다. 우울감이라고나 할까? 별 의욕이 없었다. 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언제나 제자리인 느낌을 갖고 있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육아맘은 피로하다.


지금 돌아보니, 아이들은 금방 크고 나만의 시간이, 여유가 분명 온다.

당시의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큰 아이 유치원에서 한번씩 가정통신문이 왔다. 그 한쪽면에는 아름다운 이야기, 소식들이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월간 <좋은 생각>을 읽는 것처럼.

어느 날 소식지에 실린 조앤 롤링의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국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것만 알고 있었는데, 롤링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결혼에 실패하고 남편과 헤어지고 싱글맘으로 어린 아기를 키우던 시절이 있었다. 생후 4개월 된 딸을 데리고 무일푼의 몸으로 영국으로 귀국해 여동생이 사는 에든버러에 정착했다. 가난한 미혼모로 주당 얼마씩의 생활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었지만 소설 작가로서의 꿈을 위해 글을 썼다.

  특히 감동을 받는 부분은, 아이를 유모차를 태우고 산책을 하다가 잠이 들면,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 매일 글을 썼다는 부분이었다.     


  내가 시험에 통과하고 싶지만 어린 아기를 키우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는 현실을 느끼고 있어서 였을까?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롤링도 어린 아기를 데리고 무언가를 이렇게 하고 싶었구나. 아기를 재우고 글을 썼구나. 그 글을 보고, 내가 바로 무언가를 실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감동과 위로를 받은 나는 그 내용을 잘라서 식탁 유리안에 넣고 읽고 또 읽었다.     


  내 마음이 쓸쓸해지고 내 마음의 열정이 다시금 올라올 때 글을 보고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바로 시작하면 돼

나 자신을 믿어야 해.

못하는 이유를 대자면 여러 가지이지만,

못할 이유는 열 개도 넘겠지.

그럼에도 내 꿈을 위해서 지금 바로 시작하는 그 시기가 올 거야

나는 언젠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애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덕분이었을까? 어느 날,  나는 상을 폈다.

나만의 책상이 없었다. 밥상을 (정확히는 아기들용 뽀로로 책상이었다)...

그리고 시험준비 책을 올려놓고 그 앞에 앉았다.


지금도 어느새 스며든 작가의 꿈을 향해 일단 써보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나는 시도를 하고 시작한 사람이다.


"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강한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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