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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옥이네 Dec 20. 2019

익숙한 재료가 만나 낯선 별미가 되다

된장소스를 곁들인 고구마 샌드

겨울 간식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이 ‘고구마’다. 찌든 굽든 삶든, 김치에도 어울리고 우유에도 어울린다. 든든하게 한 끼 때우기도 편하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찜통에 쪄도 되지만 밥솥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익히면 금세 뚝딱. 


이렇게 쉽게 먹던 고구마에 조금 더 손을 대봤다. 고기와 채소로 맛의 빈자리를 채우고, 된장소스로 감칠맛을 더했다. 정성과 시간을 들였더니 내가 먹던 그 고구마가 아니다. 정성스런 한상은 겨울 간식으로도, 오랜만에 찾은 반가운 손님을 위해서도, 맥주 안주로도(!) 나쁘지 않다. 아니, 더할 나위 없겠다. 하여 12월 제철밥상은 ‘된장소스를 곁들인 고구마 샌드’.


고구마에 된장이라니. 낯선 조합이다. 삶은 고구마, 군고구마 외의 고구마 요리라고는 고구마 맛탕, 잘해봐야 고구마 끌레도르(크래커 사이에 고구마를 으깨 넣은 샌드쿠키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도만 알던 터라 이름에서 오는 이질감이 더했다. 미천한 요리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머릿속에서 ‘고구마’와 ‘된장’의 만남이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해내는 게 요리 금손 아닌가. 12월에 어울릴 제철밥상 메뉴를 설명하는 백효숙 씨는 어딘지 확신이 있어 보인다. 그래, 요리알못은 그저 따라가면 된다. 결국 그 단단한 손끝에서 먹음직한 한 상이 차려졌다.


지금부터 그의 레시피를 따라가본다.          



백효숙 씨

옥천살림 식농교육팀을 비롯해 지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식농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먹방이 대세인 시대이지만 농업과 생태, 농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워 바른 음식 철학을 나누는 데도 관심이 많다. 월간 옥이네 12월호 제철밥상은 백효숙 씨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고구마 샌드


재료

된장 25g, 설탕 25g, 청주 15ml, 육수 30ml, 고구마 중간 크기 1개, 가지 1개, 생표고 3개, 소고기(기름기가 없는 것으로 갈아서 준비) 200g, 달걀 4개, 쪽파 조금, 감자전분, 식용유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서 청산면 정미영 씨의 꿀고구마(1kg 2천 원), 이원면 김승열 씨의 표고버섯(200g 2천900원), 동이면 임형섭·조도순 씨의 동물복지 무항생제 유정란(10구 2천500원)을 샀다. 옥천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관산성 한우 200g과 가지, 감자전분을 추가로 구입했다. 된장과 육수, 쪽파는 백효숙 씨가 직접 만들거나 농사지은 것을 공수했다. 육수는 다시마, 가쓰오부시, 디포리를 넣은 것으로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적절한 재료를 넣어 만들면 된다. 튀김 요리이니 식용유는 넉넉히 준비할 것!     

Tip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새우로 대체할 수 있다. 백효숙 씨에 따르면 새우를 넣는 게 가장 맛있다고.     


재료 손질

각 재료는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버섯은 물에 씻지 않고 깨끗한 행주로 닦아둔다. 고기는 곱게 갈아준다. 고기 양이 적어 정육점에서 갈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집에 있는 믹서를 활용하자. 감자전분은 미리 물에 담아둔다.      

    

요리 순서

1 곱게 간 고기를 치댄다. 고기는 많이 치대야 점성이 생겨 튀김 요리 시 흐트러지지 않는다. 기름기가 적은 부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기름기가 많으면 치대기도 힘들고, 완성 후에도 기름이 녹아나와 맛이 떨어진다. 된장소스를 곁들이기 때문에 별도로 밑간은 하지 않는다.


2 고구마는 껍질을 벗긴 후 3~4mm 두께로 자른다. 돼지고기를 사용할 경우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된다. 돼지고기는 익으면 하얗게, 소고기는 짙은 색으로 변하는데, 요리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 소고기를 활용한 이번에는 껍질을 벗기기로 한다. 손질한 고구마는 물에 담가 전분을 빼준다.


3 버섯은 꼭지를 제거하고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가지는 4~5cm 길이로 토막 내 가운데에 칼집을 내준다.


4 물에 담가둔 고구마의 전분이 빠지길 기다리며, 이 사이 된장소스를 만든다. (아래 된장소스 recipe 참고)


5 담가둔 고구마를 건져 물기를 닦아낸다. 여기에 갈아둔 고기를 얹고 그 위에 다른 고구마로 덮어 샌드를 만든다.


6 중간에 칼집을 낸 가지와 버섯 역시 갈아둔 고기를 넣어 속을 채운다.


7 물에 담가둔 전분가루를 사용할 차례다. 물은 버리고 아래에 가라앉은 전분가루를 사용하면 훨씬 바삭한 튀김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계란 노른자를 더하면 노란 색감을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튀김옷을 재료에 잘 입힌다. 버섯의 경우 고기를 채운 아랫면만 튀김옷을 입혀준다. 칼집을 낸 윗면까지 튀김옷을 입히면 모양이 예쁘지 않다.


8 적절한 온도의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내면 완성.

Tip 기름 온도를 맞출 때 │ 소금이나 튀김 반죽 등을 이용해 기름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가열된 기름에 소금·튀김 반죽 등을 떨어뜨렸을 때, 냄비 바닥까지 내려갔다 위로 올라오면 150도 정도. 반 정도만 내려갔다 올라오면 170~180도 정도 된 것이다.     


9 완성된 튀김을 접시에 담아낸다. 된장소스는 별도로 담거나 튀김 위에 예쁘게 장식해주면 된다. 이때 오이, 치자 물들인 무 등을 활용한 가니시를 함께 내면 더욱 근사하게 차려낼 수 있다.               

Tip 가니시 만들기 │ 이번에는 오이와 치자·백련초 물을 들인 무를 준비했다. 오이는 적절한 간격으로 오이 몸통 중간까지, 전체를 돌려주듯 칼집을 내준다. 여기에 소금, 설탕, 식초를 1:1:1 비율로 섞어 오이를 절여주면 오이 초절임 완성. 이 비율은 모든 초절임 양념의 기본. 입맛에 따라 각 재료 비율을 적절히 조절해도 된다. 치자나 백련초는 시중에 판매하는 가루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면 편하다. 소금, 설탕, 식초와 함께 섞은 후 자른 무를 담아두면 진노랑, 진분홍의 예쁜 색이 든다.      





된장소스 만들기

1 버섯과 쪽파는 잘게 썰어 준비한다. 앞서 갈아둔 고기 약간을 덜어 함께 담아놓는다.


2 된장 25g, 설탕 25g, 육수 30g, 청주 30g을 넣고 약불에 졸인다. 여기에 앞서 준비한 버섯, 쪽파, 고기를 넣고 볶듯이 졸이다 달걀노른자를 넣는다. 노른자는 넣자마자 저어줘야 한다.


3 너무 오래 졸이면 타기 때문에 총 3~4분 정도만 졸여주면 된다. 소스 양에 따라 졸이는 시간을 조절하면 된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된장소스는 다른 요리와도 잘 어울릴 듯하다. 튀김요리는 물론이고 돼지고기나 각종 채소 구이와도 궁합이좋다.     




월간 옥이네 2019.12(VOL.30)

글 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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