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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같은 섬나라들은 왜 좌측통행을 좋아할까?

월간잡담 2025년 01월호

by 월간잡담 Feb 20. 2025

영국 같은 섬나라들은 왜 좌측통행을 좋아할까?


- 칼에서 마차로, 마차에서 자동차로 -


[ 영어 – 한국어 전문 통역사 홍상수 ]



우리는 어릴 때부터 우회전, 좌회전과 같은 개념을 익힙니다. 당연히 안전하게 도로를 통행하기 위해서겠지요. 차량 운전 시의 질서 유지뿐만 아니라 도보로 걸을 때나 자전거를 탈 때도 통행상의 혼란은 방지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자동차 운전 여부와 상관없이 배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강제 점령으로부터 해방된 이후 미국의 신탁 통치를 받으며 미국식 표준에 따라 우측통행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1946년부터 지금까지 약 78년간 유지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왼쪽 통행 국가는 약 75개국이며 오른쪽 통행 국가는 약 165개국입니다. 참고로, 많은 분이 잘 알고 있듯이 영국은 대표적인 좌측통행 국가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많은 섬나라가 좌측통행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과거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 중 상당수는 식민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좌측이든 우측이든 통행 방향 기준을 통일하면 아주 편리하고 좋을 텐데, 왜 이렇게 굳어졌을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중세 시대 영국에서는 기병들이 왼쪽에 칼을 차고 다녔습니다. 적병을 상대할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칼을 뽑도록 전투 교본에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오른손잡이들이 많은 현실에서, 유사시에 오른손으로 쉽고 안전하게 칼을 뽑기 위해서는 당연히 왼쪽이 편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전투 상황이 아니더라도, 마차가 왼쪽으로 통행하고 마부들 또한 채찍을 오른손에 들게 하는 것은 채찍질을 하다가 보행자나 동승자를 때리는 사고를 방지하기에 좋은 규칙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흐름은 1835년 제정된 ‘Highway Act’로 법제화되었고, 영국은 이후에 구축하는 모든 교통 시스템을 좌측통행 기준으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당시에는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을 정도로 많은 나라를 식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영향으로 영국 이외에서도 많은 국가가 영국의 법제에 따라 좌측통행을 채택했습니다.


혹시 우리나라에서도 좌측통행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이제는 우측통행이 당연시되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의 좌측통행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 동안에는 한반도에서도 좌측통행이 시행되었습니다. 영국의 문화를 받아들였던 일본이 조선에 진출하면서 한반도의 교통 시스템을 좌측 기준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좌측통행과 관련한 재미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약 20년 전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SBS 드라마인 ‘야인시대’ 중 일제강점기 배경의 장면에서 일부 모순적인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노면전차가 다니는 장면에서 좌측통행하는 것 같다가도, 우회전할 때는 우측통행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자동차 운전 장면에서 운전대가 왼쪽에 부착된 채 지금의 우측통행 기준으로 촬영된 장면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했다는 설정이 확실하게 나타났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통행 방향과 핸들 위치가 어울리지 않아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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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좌측통행이든 우측통행이든 무엇이 더 올바른 방향이고 무엇이 더 이상한 방향인 것은 아닙니다. 많은 나라가 문화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역사적 배경의 영향을 받아 특정한 통행 방향을 공식적으로 지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하지 않고 영국의 식민지인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미국 역시 지금도 좌측통행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나라도 역사적 흐름 속에서 광복 이후에도 좌측통행을 계속했을지도 모르지요.


우측통행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국처럼 좌측통행하는 국가를 방문할 때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길을 건널 때도 반대편 차도를 유심히 확인해야 하고, 차량을 운전할 때는 자칫 헷갈리면 역주행으로 많은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통행 방향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에는 ‘교통규칙을 막 배우는 어린이’나 ‘자동차를 처음 운전하는 초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반대 시스템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정말 조심할 필요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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