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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도슨트 Feb 17. 2021

삶은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지지 않는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새 출발을 다짐했던 1월을 지나 어느새 2월이 되었다. 자신과 약속한 한 해 목표는 무엇이었는가? 금주, 다이어트, 또는 업무와 관련된 성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목표를 향하던 발걸음에 속도를 내기 전 잠시 생각해 보자. 앞만 보느라 무언가 소홀히 여긴 것은 없을까? 목적지만을 바라보다 우리를 지지해 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오디컴퍼니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명예와 자존심 때문에 정작 중요한 친구였던 앨빈을 소중히 대하지 못한 톰의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톰은 어느 날 어린 시절 단짝 친구 앨빈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톰은 앨빈과 했던 약속에 따라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송덕문(공덕을 기리어 지은 글)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슬럼프를 겪고 있던 톰은 글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글을 완성하기 위해 과거를 회상한다.


©오디컴퍼니




  어렸을 때 둘은 핼러윈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톰은 앨빈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는 유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현실에 맞는 옷을 찾아 입기 시작한 톰은 어릴 때와 변함없는 앨빈과 점차 멀어져 갔다. 톰은 바빠서 앨빈과 한 약속을 소홀히 하면서도 앨빈이 주는 영감으로 글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톰은 앨빈이 자신의 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혼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컴퍼니




  그러다 톰은 회상 속 앨빈의 말을 듣고 슬럼프에 빠진 이유를 깨닫는다.





네 머릿속에 이야기가 몇 천 개야.
왜 없는 이야기를 찾아.
...
네 몫이야. 내 삶의 이야긴 다, 네 것.
둘러봐, 톰. 네 거야.

- This is it 중





  결국 톰의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오랜 친구 앨빈과 함께한 이야기였다. 톰은 글을   앨빈에게 영감을 받았지만, 앨빈의 삶을 다름 아닌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톰은 그제서야 앨빈을 자신의 글과 인생의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특별한 것이 아닌 스스로가 기억하는 앨빈을 담은 송덕문을 쓰기 시작한다. 극은 톰이 송덕문의  구절을 읊으며 끝난다. 그가 적은 송덕문의 내용은 앨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앨빈과 함께했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것이다.




오늘 우린 앨빈 켈비의 생애를 기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내 친구 앨빈 얘기 하나 해 드릴게요.


©오디컴퍼니




  톰과 앨빈의 이야기는 어쩌면 일상적이고 흔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누구에게나 일어났을 법한 일상을 다루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산다. 누구나 자신과 했던 약속에 집중하다가 정작 주변 사람과 했던 약속을 소홀히 여겼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일에 쫓겨 관계에게 무심해진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 자신의 목표 사이에서 갈등하며 때론 톰으로, 때론 앨빈으로 살아왔다.

©오디컴퍼니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화자는 톰인 만큼, 톰과 앨빈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리다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인생을  권의 책에 비유하는 장면메시지에 여운을 더한다. 하나님은  사람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든다. 자신의 인생이 담긴   권에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추억들이  단원을 이루고 모여 '나의 이야기가' 된다.

  앨빈은 자신과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할 때마다 무대에 종이 더미를 뿌린다. 톰의 인생이 적힌 책에서 앨빈이 등장하는 페이지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톰은  사실을 너무나 늦게 깨닫고 말았다. 톰이 앨빈의 생전에 친구와 했던 약속보다 돈과 명예가 걸린 약속을 우선시했다. 베스트셀러 글을 자신만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믿으며 자존심을 세웠다. 앨빈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톰은 친구와 지킬  있는 마지막 약속 '송덕문' 쓰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고도 슬픈 일이 아닌가.

©오디컴퍼니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서 잊히는 것들이 있다. 나아가기 위해서 버려야 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톰처럼 그저 한 발을 딛기 위해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스스로 이룬 성취만이 삶의 특별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삶은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지지 않는다. 우리는 주변 사람의 이야기와 맞닿아 채워진 페이지를 살고 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면서도 '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잊지 말자. 인생의 책 한 권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써 내려간다면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글 | 차주영

편집 | 김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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