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너는 내게 왔다.
기다리지도 않았고,
다가온 네가 나의 삶이 되리라고는 더욱 몰랐다.
겨울에 꽃이 피었다.
겨울에 꽃이 핀 것처럼
우리는 처음부터 어긋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겨울은 너로 인해 따듯했다.
시간이 흐르고 겨울이 깊어질 때도 항상 포근했다.
나의 겨울이 꽃을 살아갈 수 없게 했던 것일까
네가 떠나고 나는 이제야 봄이 되었다.
어째서,
너의 나날들을 그릴 때면
겨울이 아닌 모두 봄인 걸까.
그 겨울, 나는 봄이었고
너는 꽃이었다.
-
나는 꽃이었다.
겨울이 끝나갈 때, 같이 녹는 눈이었더라면.
네가 봄일 때, 내가 꽃이었더라면.
내가 여름을 알리는 비였더라면.
가을에 흩날리는 낙엽이었더라면.
우리의 계절은 어땠을까?
하지만, 너의 겨울은 따듯했다
내가 피어날 수밖에 없을 만큼
너는 따듯한 겨울이었다.
그래서 내가 피어났다.
기다리지 않는 너에게,
혹여 홀로 추워할 너에게,
봄을 주기 위해서
나는 피어났다.
나는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