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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자 농부 Oct 21. 2021

아아와 켄타우로스 6화

아이들을 따라나선 병진은 픽업트럭의 화물칸에 실린다.

뒤쪽 창문이 열리고 열 살쯤 되었을까 한 모래 빛깔의 금발머리 소년이 물었다.


“네, 그런 것 같아요.”


“휴대폰 치워! 죄송해요, 제 남동생 샤이아예요. 이쪽은 여동생 케일라.”


케일라가 팔짱을 푸르고 한 손을 펴 인사했다.


“전 병진입니다. BJ라고 불러도 되고요.”


이 한 문장만은 병진이 새벽 영어수업 때마다 외쳤던 말이라 자연스러웠다.


“BJ! 아침에 sns에 들어갔다가 아저씨 이야기를 봤어요.”


“와, 진짜였다니...... 와우”


분홍머리 소녀는 눈 주변을 까맣게 화장하고 한쪽 입 꼬리만 올라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 병진의 귀가 다가오는 차 소리를 포착했다.


“알렉스! 한 5분 후면 반대차선에 차 한 대가 나타날 겁니다.”


알렉스가 동생들을 시켜서 픽업트럭의 화물칸을 열게 했다. 아이들은 미리 실어놓은 나무판자로 경사면을 만들어 병진이 올라탈 수 있게 했고, 화물 덮개로 재빨리 그의 몸을 가렸다. 곧 차에 시동이 걸렸고 화물칸에 누운 병진에겐 도로의 요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까칠한 도로를 10분쯤 달렸을까. 덜컹거리는 어둠 속에서 병진은 짙은 졸음과 격렬히 싸우다 지고 말았다.


“나오세요, 비엉진!”


알렉스의 목소리에 눈을 뜬 병진은 욱신거리는 어깨를 만지며 차에서 내렸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의 잔디밭 위에 컨테이너 크기의 작은 통나무집 여섯 채가 학익진이라도 펼치듯 바다를 향해 서 있었다.


“이 집들은 다 뭐죠?”


“우린 방 대신 집이 있어요. 부모님이 한 채씩 지어주었어요. 저건 제 집이고요, 그 옆엔 케일라가 살아요. 그 반대편에 부모님 집 옆에 샤이아가 살죠. 여기 가운데 있는 집엔 거실이랑 부엌이 있는데 공용공간이에요.”


집 전경을 둘러보던 병진은 시원하게 트인 바다 쪽으로 빨려 들어가듯 발걸음을 옮겼다.


“너무 아름다워요.”


먼바다는 언뜻 보면 아주 고요해 보이지만 사실은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였고, 그래서 끊임없이 빛났다. 셀 수 없이 작은 파도 조각이 각도에 따라 하늘색, 청록색, 짙은 회색, 상아색으로 빛을 바꿔가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주름진 바다는 근사했고, 병진은 가늘고 굵은 선, 둥글고 곧은 선들이 펼쳐놓은 풍경을 바라보느라 자신이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조차 잊었다. 그 순간만큼은 바다를 바라보는 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의도치 않은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BJ! 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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